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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영적 사고’ 온라인서 화제
    기업, 구청장 차용 및 언급
    전문가 “긍정 행동도 전염된다”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 오른쪽은 한 네티즌이 요즘 유행하는 '원영적 사고' 덕분에 큰 위로를 받았다며 남긴 글. 장원영 인스타그램, 유튜브 캡처


    걸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19)의 긍정적 사고방식이 ‘원영적 사고’라는 이름의 인터넷 밈(Meme·유행어 또는 패러디)으로 확산되고 있다. 장원영의 밝은 기운에 기분이 좋아진다는 글부터 힘든 상황을 이겨낼 위로를 받았다는 댓글까지 네티즌들은 해당 밈에 다양하게 반응하고 있다.

    ‘원영적 사고’…대체 뭐길래?

    MZ세대에서 크게 유행하는 원영적 사고는 명칭 그대로 ‘장원영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라는 뜻이다. 지난해 9월 아이브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장원영의 스페인 여행 영상이 밈의 발단이 됐다. 장원영은 현지의 한 빵집에서 자신이 사려던 빵이 품절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이자 불평하는 대신 카메라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앞 사람이 제가 사려던 빵을 다 사 가서 너무 럭키(lucky·운이 좋은)하게 갓 나온 빵을 받게 됐지 뭐예요? 역시 행운의 여신은 나의 편이야!”

    장원영이 스페인의 한 빵집에서 촬영한 영상. 아이브 유튜브 채널 캡처


    장원영의 이런 긍정적인 태도는 예전부터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다. 장원영이 즐겨 쓰는 말 중 하나인 ‘럭키비키’ 때문이다. 영어단어 ‘럭키’와 장원영의 영어 이름 ‘비키’가 조합된 말로, 장원영은 종종 “역시 난 럭키비키야”라고 말한다. 지난 2022년 채팅형 소통 플랫폼에서 팬들에게 “역시 난 럭키비키인 게 내가 (한 카페에) 갔더니 따뜻한 스콘이 방금 나왔더라. 너무 맛있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구청장도 외쳤다 “럭키비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 팬이 엑스(X·옛 트위터)에 이를 패러디한 글을 올리며 밈이 급속도로 퍼졌다. 컵에 담긴 물이 반 정도 남았을 때 원영적 사고로는 ‘내가 딱 물을 먹으려고 했는데 물이 반 정도 남은 거야! 다 먹기에는 너무 많고, 덜 먹기에는 너무 적고, 그래서 딱 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럭키비키잖아!’라고 생각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글은 조회수 480만회를 기록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된 패러디 글. SNS 캡처


    ‘원영적 사고’를 차용한 기업 홍보물도 속속 등장했다. 한 기업 세미나에서 강사가 원영적 사고를 인용해 강의한 사례도 있었다. e스포츠인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 ‘LCK’에서 ‘T1’과 ‘EST’의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올리며 영상 섬네일에 ‘원영적 사고’를 차용해 ‘티원적 사고’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피자헛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 피자헛 SNS 캡처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지난 4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도 럭키비키를 언급하며 “저도 이번에 배운 말인데 정말 좋은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AI 챗봇 ‘챗GPT’에는 개인이 만든 ‘원영적 사고’ 계정이 등장하기도 했다. 고민을 털어놓으면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는 식이다. 계정 개발자는 “개설 이틀 만에 사용자 300명이 모였다”고 말했다.

    '럭키비키'라는 단어를 사용한 정원오 성동구청장 SNS. 엑스 캡처


    일부 네티즌 사이에선 이런 ‘초긍정주의’가 현실성 없다는 의견도 있다. 또래에 비해 경제적 조건과 외모가 뛰어난 아이돌이기에 가능한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장원영의 긍정적인 언행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한 네티즌은 1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원영적 사고를 많이 보니까 나도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고 적었다.

    챗gpt 원영적 사고 계정. 챗gpt 캡처


    장원영이 출연한 유튜브 콘텐츠에는 큰 위로를 받았다는 댓글도 달리고 있다. 장원영은 지난 7일 방송인 장도연이 진행하는 ‘살롱드립2’에서 주변의 평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평소 가치관을 털어놨다.

     

    네티즌 A씨는 이 영상에 장문의 댓글로 “10년(동안 다닌) 직장을 뜻하지 않게 관두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는데 솔직히 너무 힘들었다. 10년 경력이 없어졌다는 생각 때문에 우울하고, 월급이 적어져서 슬프기도 했다”며 “그런데 원영이 말에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원영이 생각을 닮아서 나를 추스르고 다시 사랑해줄게. 나를 그만 미워할게.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갑자기 깨닫고 자신감을 얻게 됐어”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긍정도 전염된다…파급효과 커”

    전문가는 이 같은 밈이 유행하는 것을 일종의 ‘대리 만족’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긍정적인 감정도 전염성을 가진다. 다른 사람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며 나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것”이라며 “나쁜 행동만 모방하는 게 아니라 긍정적인 것에도 모방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10~20대 사이에서 유독 화제인 것은 장원영이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아이돌이기 때문이라면서도 “학업이나 취업 등으로 힘들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별달리 없는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밈을 통해 긍정적인 방식으로 해소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행동은 하지 않으면서 낙관적인 결과만 바라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인 낙관성은 주의해야 한다”며 “타인을 조롱하는 식으로 밈이 활용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곽 교수는 그럼에도 이런 현상을 “바람직하게 본다”고 평가했다. 곽 교수는 “긍정심리학에서는 자신이 느끼는 안녕감과 행복감이 결국 행복 수치를 높아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며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결국은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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