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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닫은 식당2024.06.06 [이충우 기자]
     
    서울 은평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씨(58)는 최근 주문 수는 늘지 않았는데 매장 운영에 드는 비용만 크게 늘어 생활고를 겪고 있다. 전기가스비부터 직원인건비까지 각종 비용이 모두 올랐는데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고금리로 코로나떄 가계유지를 위해 끌어쓴 대출원리금 부담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자로 나가는 돈이 최근 2년 사이에만 두배로 늘었다”라면서 “생계를 유지하려면 폐업을 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어떻게든 빚을 줄이려고 밤에는 매장을 아내에게 맡기고 배달을 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에 서울시에서 외식업체 폐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많았던 것은 그만큼 밑바닥 경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것을 방증한다. 가장 손쉽게 창업할 수 있는 외식업은 서민 자영업자의 대표격으로 통하기도 한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른 기저효과는 사실상 사라진 가운데 △고금리에 따른 이자부담 증가 △고물가로 지갑 닫는 소비자 △저가품 위주의 출혈경쟁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증가 △배달 플랫폼 수수료 부담이라는 5중고로 출구 없는 터널을 지나가고 있다.

     

    가장 소상공인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은 이자비용이다. 주로 개인사업자인 탓에 사업자 대출은 물론 개인 신용대출까지 끌어 모으다 보니 고금리 충격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고용원(종업원)이 있는 자영업 가구에선 이자비용 지출이 전년 대비 53.4% 급증했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부채가 급격히 늘어 신용상태가 나빠지고, 이 때문에 다시 이자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에 빠졌다.

     

    고물가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도 밑바닥 경기를 얼어붙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고물가와 소비’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이후 최근까지 누적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8%인데 이를 연평균으로 따지면 3.8%에 이른다. 2010년대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 1.4% 보다 두배 이상 높다. 한은은 2021~2022년 고물가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1분기 서울 외식업체 폐업 수가 코로나19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6일 서울 황학동 주방가구거리에 구입한 지 1~2년밖에 되지 않은 중고 주방기구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 = 한주형 기자]
     
    서울 동대문구에서 마라탕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36)는 “지난해 말부터 매출이 줄면서 결국 매장을 접기로 했다”라면서 “기본 메뉴인 짜장면과 짬뽕 판매까지 줄어들 줄은 몰랐다”라고 전했다.
     

    매출 측면에서 소상공인을 가장 난감하게 하는 것은 초저가 선호 현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 평균 40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지만, 외식물가는 3.8% 올라 식비 부담이 가중됐다. 가성비를 추구하는 초저가 선호 현상이 짙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가장 많이 창업을 택하는 커피숍의 경우 출혈경쟁이 극심해지면서 폐업이 늘고 있다.

     

    플랫폼 수수료와 최저임금 인상도 자영업자들을 짓누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으로 206만740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이던 2019년 대비 18.1% 늘었다. 가게 규모가 영세한 소상공인들은 아르바이트 고용이 부담스러워 가족들이 번갈아가며 가게 일을 보거나 고용원 없이 ‘나홀로 사장’ 운영을 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지난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426만7000가구로, 2008년(446만7000가구) 이후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136만5000가구)보다 3배 이상 많은 규모다. 고물가와 소비심리 위축 탓에 자영업자의 영세화가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외식업계는 배달플랫폼 수수료라는 새로운 비용까지 지출해야 하면서 부담을 호소한다. 국내 배달플랫폼들은 주문액마다 수수료를 6~12% 가량 수수료를 받고 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임금은 오르는데 배달 비중이 높아져 수수료 지출이 새롭게 생겨났다”라면서 “비용은 늘어나는데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버티다 못해 폐업하는 사장님들은 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경영상황이 악화된 자영업자들은 개인의 신용등급 급락을 감수하고서라도 개인회생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영업자는 부채 수준이 높아 급여소득자(근로자)보다 회생 가능성이 낮은 편이었다.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회생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한 사람들의 부채 중위값은 1억2391만원으로 급여소득자 대비 27.8%나 많았다. 특히 이들은 월수입이 최저임금(월 201만580원)보다 낮은 비율이 37%에 달해 사실상 극빈 상태에 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관계자는 “지난해 법인파산과 개인회생은 사상 최대치였는데 올해는 이런 추세로 가면 또다시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폐업 위기에 놓이거나 전직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업종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졌음에도 철거를 비롯한 폐업비용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식 영업을 계속하는 경우도 많다”며 “업주들의 폐업비용을 이연하고 전업을 지원하거나, 원금 분할상환 기간을 늘려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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