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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더우면 성별이 바뀐다니”
바다거북이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존망의 기로에 섰다. 기온이 오르고, 바다에 유해 물질이 많아지자 새로 태어나는 새끼 거북이 전부 암컷인 성비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 바다를 잠식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들도 바다거북이 다치고 죽는 원인이 된다.
환경단체들은 바다거북의 멸종을 막기 위해서는 일상 생활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와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듀크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높을수록 바다거북의 알이 암컷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바다거북을 비롯한 파충류와 양서류 중 일부 종은 유전 인자가 아니라 온도에 따라 성별이 결정된다. 이른바 온도 의존성 성결정(TSD)다. 이들의 공통점은 성염색체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바다거북의 경우 평균적으로 산란할 때 주변 온도가 27.7도 이하일 때는 수컷, 31도 이상일 때는 암컷으로 태어난다. 성별을 결정하는 온도는 바다거북의 종과 서식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알의 50%가 암컷으로 태어날 수 있는 온도다.
문제는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성비가 크게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플로리다박물관의 톰슨지구시스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4년 간 플로리다 바다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의 대부분은 암컷이었다. 플로리다는 매년 전세계 바다거북 7종 중 5종이 알을 낳기 위해 찾아오는 곳이다.
세계 최대 산호초 군락지인 호주 그레이트배리어리프 수역에서는 미성숙한 푸른 바다거북이 99%가 암컷으로 태어났다. 성체 거북 중 87%도 이미 암컷인 상황이다.
바다거북의 성비 불균형을 부추기는 건 기온 상승뿐 아니다. 플라스틱이나 살충제 등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도 성별 결정에 영향 미친다.
호주 그린피스 대학의 연구진이 알을 깨고 나온 새끼 바다거북의 성별과 체내 축적된 오염물질의 양을 측정했더니, 오염물질의 수치가 평균 이상일 때 암컷일 가능성이 높았다.
발견된 오염물질은 주로 납 등 중금속과 탄화수소(PAHs) 등 유기물질이다. 이는 바다거북 체내에서 내분비 교란 물질 제노에스트로겐(xenoestrogens)으로 작용했다. 제노에스트로겐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유사하다. 즉 거북 알들이 암컷이 되는 데 기여하고 성조숙증 등을 일으킨다.
바다거북의 생명을 위협하는 또다른 문제는 해양플라스틱이다. 해파리를 좋아하는 바다거북이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오해해 먹는 식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세계 바다거북의 절반 이상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은 적 있다고 한다.
일상에서 바다거북을 살리기 위한 행동은 어렵지 않다. 플라스틱 쓰레기와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들이다. 톰슨지구시스템연구소는 “가능하면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등 개인이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변화를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장 바다거북의 성비 불균형을 개선하려면 해안 생태계 회복에 집중하면 된다. 톰슨지구시스템연구소는 “해안가 모래 언덕과 초목의 그늘이 바다거북 알이 부화할 때 주변 온도를 낮출 수 있다”며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이 물쪽으로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