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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뺑소니’에도 한결같은 지지
현장판매로만 600장 팔려나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별님(김호중의 별칭) 마음은 얼마나 안 좋겠어요. 24일 공연 티켓을 예매했는데,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니 현장 구매를 하려고 온거예요.”
‘음주 뺑소니’ 혐의로 궁지에 몰려도 가수 김호중(33)을 향한 팬덤 아리스의 지지는 굳건했다.
2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돔(KSPO DOME, 구 체조경기장)은 ‘월드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 김호중 & 프리마돈나’의 공연을 네다섯 시간 앞둔 오수 3~4시부터 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하루 전날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에 묵으며 공연을 기다린 팬들이 적지 않았고,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은 현장으로 나와 티켓 판매 부스가 열리기를 기다렸다.
강원도에서 일찌감치 출발해 공연장에 열두시경 도착했다는 한 팬은 “온라인으로 티켓 구매하는 방법을 몰라 예매를 못했는데 팬클럽에서 현장 판매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게 됐다”며 “세 시부터 번호표를 받고 줄을 서있는 중이다. 오늘 별님 목소리를 듣지 못하면 또 언제 들을 수 있겠냐”고 했다.
이날 공연 주최사인 두미르 측에서는 오후 4시부터 현장판매를 시작하겠다고 팬들에게 알렸다.
현장 판매 시간인 네 시 케이스포돔의 티켓 부스 앞엔 이미 90~100명이 줄을 선 성태였다. 양산을 손에 든 50~70대의 여성팬들이 대다수인 가운데, 간간이 남성 팬과 어머니의 티켓을 대신 구매하려는 자녀들도 눈에 띄었다. 오후 다섯시를 넘어설 무렵엔 300명 넘게 현장 티켓 판매 줄로 몰렸다.
네 시 정각부터 티켓 판매는 시작됐지만, 긴 줄은 쉽게 줄지 않았다. 현장판매 과정자체가 엉망진창이었다. 노트북 한 대를 가져다 두고 관객들에게 좌석을 고르게 하는 절차이다 보니 시간은 늘어질 수밖에 없었다.
현장에선 불만도 적지 않게 나왔다. 60대 초반의 한 팬은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데 컴퓨터 한 대로 티켓을 판매하니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장비를 더 갖다두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그건 안된다고 말했다”며 황당해했다.
일부 관객들은 팬클럽 아리스에서 나눠준 번호표를 들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으나, 이는 현장의 티켓 판매처에서 나눠준 것이 아니라 무용지물이었다.
한 시간이 지나도록 줄은 꼼짝도 하지 않았고, 팬클럽 아리스 관계자가 “좌석을 고르지 말고 아무 자리나 달라고 해야 뒷 사람들까지 표를 살 수 있다”고 말한 뒤에야 긴 줄이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후 6시 30분이 돼서야 100여명의 관객이 티켓을 사갈 수 있었으나, 공연 30분 전까지도 수백 명이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선 상태였다.
이번 공연은 당초 2만석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가 알려진 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김호중은 혐의를 받는 중에도 지방 공연 일정을 이어갔고 지난 18~19일 창원 공연을 마친 직후 음주운전 사실을 인정, 다음날 경찰 조사를 받았다.
사태의 논란이 커지며 6000여장의 취소표가 나왔고, 김호중은 지난 21일 공연의 출연료 등 개런티 일체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취소 티켓 수수료 역시 김호중 측이 전액 부담하기로 하며 공연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이 공연의 티켓 가격은 제일 저렴한 A석이 15만 원, 가장 비싼 VIP석이 23만원으로, 단순 매출 규모만 해도 40억원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공연 1~2일 전의 취소할 경우 수수료는 티켓 금액의 30%. 이를 계산하면 대략 10억원 정도다.
김호중 측이 이 수수료를 부담하기로 결정한 것은 이보다 위약금의 규모가 더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김호중이 공연을 취소하게 될 경우 귀책 사유가 본인에게 있기에 악단 단원들의 출연료, 체제비 등 공연 일체에 포함된 제작비용 전반에 위약금까지 물어야 하기에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액수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팬덤 아리스에선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김호중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대대적으로 취소표를 사들였다. 현장에서 만난 팬클럽 아리스 관계자는 “언론에선 취소표가 6000장이라고 했지민 오늘 현재 1000장 정도가 남아있는 상태”라고 귀띔했다.
이날 현장에서도 티켓을 다량 구매하는 관객이 종종 나왔다. 인터넷 예매 사이트 멜론 티켓에서 구매할 때는 1인당 4매로 제한했으나 현장에선 1인당 10매까지 가능했다. 이 자리에서 팔려나간 티켓만 600장이다.
사상 유례없는 ‘음주 뺑소니’에 운전자 바꿔치기, 거짓말, 증거 인멸 등 영화 같은 범행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팬들의 지지는 한결같았다.
50대 후반의 한 팬은 케이스포돔에 걸린 대형 현수막을 가만헤 보더니 “눈빛도 왜이리 슬퍼보이는지 모르겠다”며 “사람이 살면서 실수를 하기도 하는데 운이 좋지 않았다. 마음이 아파서 무척 힘들다”고 했다. 경북에서 올라온 중년의 여성팬은 “지금 이 곳에 온 팬들은 호중이를 배신하지 않을 사람들”이라며 “우리가 이곳에 오는게 뭐가 그렇게 잘못된 거냐. 우린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엔 구소 기로에 놓이고서도 공연을 강행한 김호중과 팬들의 모습을 담으려는 방송사와 취재 기자들이 대거 몰렸다. 팬클럽 아리스 관계자는 현장에서 “인터뷰 응하지 마세요”라며 팬들을 입단속을 시켰고, 이로 인해 팬들은 대체로 말을 아꼈다.
50대의 한 중년 여성팬은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냐”며 “음주운전을 잘했다고 말하는게 아니다. 전도유망한 청년을 매장시키려고 다같이 달려드는 건 너무한 것이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날 공연은 김호중의 자숙 전 마지막 공연이었다. 김호중은 당초 24일 ‘슈퍼 클래식’에도 출연 예정이었으나,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같은 날 12시로 정해지며 이날 공연엔 출연하지 못하게 됐다. 김호중 측은 일정 연기를 요청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공연 주최사 두미르 측은 예매처 멜론티켓에 “24일 진행 예정인 ‘월드 유니온 오케스트라 슈퍼 클래식: 김호중&프리마돈나’ 공연에서 기존 출연진인 가수 김호중은 불참할 예정”이라는 공지를 올렸다.
그러면서 “김호중 이외의 출연진은 정상적으로 공연을 진행한다”며 “출연진 변경으로 인한 예매 취소를 원하는 분은 24일 오후 8시까지 취소 신청이 가능하며 전액 환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