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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청 역주행 사고 대참사 미스터리
    무사고 운전 40여년 베테랑 운전자
    사고지점까지 시속 100km 질주해
    차량 확인 결과 브레이크 기능 정상
    일방통행에 역주행 차량 비일비재
    목격자들 “급발진 아니었다” 주장

     

    전날 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차량돌진으로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2일 사고 발생 지점인 서울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이충우 기자]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역주행 사고로 9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벌어진 후 사고 원인을 놓고 부주의 운전, 급발진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경력 40년이 넘는 현직 버스운전사가 저지른 실수치고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데다 통상적인 급발진 사고 양상과는 큰 차이가 있어 교통사고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정용우 교통과장은 2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운전자 차모 씨(68)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씨에 대해 금명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차 씨는 경기도의 한 버스회사 운전기사로 확인됐다. 사고 원인을 두고 차 씨가 고령임을 감안해 운전미숙 때문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론 경력이 많은 전문가로 평소 무사고 운전을 했다고 한다.
     
    그는 경기 안산 소재 한 버스회사에서 1년 4개월째 촉탁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버스 등 대형차 운전 경력만 40년이 넘는다.

     

    차 씨는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했으며, 1985년부터 1992년까지 서울에서 버스기사로, 1993년부터 2022년까지는 트레일러 기사로 일했다고 한다. 차 씨는 평소 승객 20여 명이 탑승하는 9m 길이의 중형버스를 운행했다. 근무하는 동안 별다른 사고는 없었다고 한다.

     

    사고 당일 차 씨는 서울 중구 소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아내의 오빠 칠순잔치 행사에 참가한 뒤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옆자리에는 아내가 동승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차 씨가 몰았던 제네시스 차량은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온 뒤 사고 지점까지 시속 100km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역주행 돌진했다.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 사고 수습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운전 베테랑인 차씨의 역주행은 단순 실수였을까. 현장 주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방통행인 세종대로 18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역주행하는 차량은 평소에도 많았다고 한다.
     
    이 길에 위치한 한 음식점 직원은 “그동안 길을 잘못 들어 역주행하는 차량을 보는 게 다반사”라며 “하루에 적어도 4~5회는 목격하고, 도로에서 후진하거나 아예 빨리 지나가려는 차량을 평소에 많이 봤다”고 말했다.
     

    다른 가게 주인도 “역주행하는 차량을 그동안 많이 봐왔다”며 “과거에는 이 길의 한 차선은 시청역 쪽(세종대로)으로 나갈 수 있게 돼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도로는 2005년 보행로개선사업으로 양방통행에서 일방통행으로 바뀌었다.

     

    차 씨는 사고후 경찰이 실시한 음주측정과 마약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약물 문제가 아니라면 역주행을 한 긴급 상황에 당황한 운전자가 돌발적 행동을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역주행을 유발하거나 운전자가 혼란을 느낄 만한 도로들이 가끔씩 보인다”며 “(가해 운전자가) 역주행을 하게 된 긴급 상황에 놀라서 돌발적인 행동을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이 2일 오전 서울 남대문경찰서에서 1일 저녁 발생한 시청역 인근 교통사고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진 = 연합뉴스]
     
    경찰은 차 씨가 역주행 때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사고 뒤 확인결과 차씨 차량의 브레이크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다. 아무리 역주행이 돌발상황이라고는 해도 직업 운전사가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차 씨는 사고 직후 차량 급발진을 원인으로 주장했다. 차 씨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100% 급발진”이라며 “브레이크를 계속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했다.

     

    차씨는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행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차가 평소보다 이상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는 “본인은 운전을 오래 했고 현직 시내버스 기사이기 때문에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이후 갑자기 차량이 튀어나갔다”고 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은 ‘급발진은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귀갓길에 사고를 목격했다는 한 시민은 “급발진은 절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급발진할 때는 차량이 무언가를 들이받을 때까지 달렸어야 했는데 횡단보도 앞에서 차량은 정상적으로 멈춰섰다.

     

    실제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봐도 급발진으로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사고를 낸 제네시스 차량이 사고 직후 감속하면서 멈췄는데, 일반적인 급발진 차량이 도로 위 가드레일 등 구조물과 부딪히며 마찰력으로 억지로 감속을 하는 것과는 달랐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가해 운전자가) 조사관들에게 급발진에 대해 공식 진술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감식을 의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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