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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부품사 분석] 제네시스 ‘보석램프’ 만드는 에스엘, 매출 5兆 눈앞
자동차 헤드램프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디자인 요소로 활용되면서 점점 화려하게 바뀌고 있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G90에 이어 G80, GV80 신차에 연이어 적용한 MLA(Micro Lens Array) 헤드램프가 대표적이다.
하향등으로 커다란 렌즈 2개를 장착한 기존 구형 모델과 달리, 신차는 작은 렌즈를 보석처럼 촘촘히 배열해 디자인을 차별화했다. 현대차가 개발한 이 램프를 제조하는 곳은 에스엘이다. 에스엘은 자동차용 램프 하나로 5조원대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에스엘은 1954년 삼립자동차공업회사에서 출발했다. 본사는 대구다. 창업 초기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다 열악한 업황 탓에 자전거 부품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때 자전거 조명을 생산한 경험이 1969년 현대차에 헤드램프를 납품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후 자동차 조명이 주력 사업이 됐다. 고(故) 이해준 명예회장이 창업주이고 그의 장남 이충곤(80) 회장이 1983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회사를 이끌었다. 이충곤 회장은 2021년 대표에서 사임했고, 현재는 이충곤 회장의 장남 이성엽(54)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에스엘 전체 매출에서 램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0%다. 나머지 매출은 기어노브(기어를 바꾸는 손잡이)나 전자식 기어 레버, 스마트폰 무선 충전 모듈, 사이드미러, 전자식 룸미러, 가·감속 페달 등 부품에서 나온다.
제네시스 G80 일렉트리파이드의 헤드램프(왼쪽)와 신형 제네시스 G80의 헤드램프(오른쪽). 신형 G80은 MLA 헤드램프를 탑재했다. /제네시스 제공
자동차 램프 분야에서 에스엘은 국내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에스엘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022년 기준 68.5%다. 현대차그룹과의 오랜 인연이 점유율을 받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에 납품한 매출이 전체의 50.02%(2022년 기준)를 차지한다. 제네시스를 비롯해 현대차 그랜저의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일명 일자램프), 현대차 싼타페의 ‘H’ 모양 리어램프, 아이오닉5·아이오닉6·EV6의 헤드램프 등을 납품한다.
또 다른 주요 고객사는 제너럴모터스(GM)다. 2022년 기준 GM에서 나온 매출은 전체의 13.86%다. 에스엘은 GM이 우수 협력사를 선정해 매년 시상하는 ‘QSTP 어워드’를 총 25번 받았다. 쉐보레 카마로, 뷰익 엔클레이브, 캐딜락 CT4 등의 차종에 에스엘의 램프가 장착된다. 또 중국 지리자동차, 둥펑자동차도 몇몇 차종에 에스엘의 램프를 쓴다. 기어노브는 포드 픽업트럭 F-150 등에 공급한다.
전동화(전기로 움직임) 전환은 자동차 부품업계의 위기로 꼽히지만, 헤드램프는 전기차·수소차에도 필수로 들어가는 부품이다. 또 LED 헤드램프의 채택률이 높아지면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에스엘이 쏘나타(DN8)에 납품한 할로겐 헤드램프의 가격은 6만8187만원, LED 헤드램프는 17만8266~24만1848원이다.
기아 전기차 EV9의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 /기아 제공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장착할 수 없었던 위치에 조명을 넣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기아는 전기차 EV9의 라디에이터 그릴 자리에 여러 개의 조명을 넣고, 물결치듯 점등하도록 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내연기관차 엔진의 열기를 식히는 기능을 담당하는 공간인데, 전기차는 그릴이 필요 없어 디자인 특화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EV9의 라디에이터 그릴 조명도 에스엘이 납품한다.
헤드램프가 고급화되고 현대차그룹의 판매가 늘면서 에스엘의 실적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에스엘은 지난해 매출 4조8388억원, 영업이익 38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5.9%, 영업이익은 95.1% 증가해 각각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