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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의 한 대형병원의 모습.<연합뉴스>

     

    정부가 집단사직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기계적 원칙 적용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다 총선을 앞두고 '유연한 처분'으로 한발 물러선 데 이어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하자 더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총선 후폭풍에 맞서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을 이어갈지, 아니면 유화책을 내놓으며 개혁의 고삐를 풀지 고민이 깊어진 모양새다.

     

    14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만 진행한 채 회의 결과를 언론에 브리핑하는 자리는 최근 사흘간 마련하지 않았다.

     

    총선 전날인 지난 9일 중수본 회의 후 브리핑을 따로 하지 않았고 총선 다음날인 11일에는 중수본 브리핑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여당의 패색이 짙어진 10일 오후 9시께 취소 소식을 알렸다. 총선 참패로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이 사퇴한 다음날인 12일에도 중수본 회의 결과만 공개한 채 침묵했다.

     

    이번 의료 공백 사태에서 중대본·중수본 체제가 마련된 이후 각 장·차관이 브리핑을 열고 "국민만 보고 개혁하겠다"는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고 의료계를 향해 강하게 의료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해오던 기존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다음 주에는 중대본 회의와 브리핑이 재개될 예정이어서 향후 의료개혁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발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총리와 대통령실 참모진의 사의 표명과 개각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 이상의 입장 표명이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움직임을 놓고는 의대 증원 추진의 동력을 상실한 만큼 기존 정책을 상당부분 후퇴시키더라도 의료계와 협상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강경 노선으로 유턴하며 기존 방침 대로 '2천명 의대 증원'을 확정할 것이라는 예상이 엇갈린다.

    정부 입장에서는 총선 참패 후 정국을 수습해야 하는 처지인데다, 환자 피해가 계속되는 점도 부담이라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6시 현재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2264건의 상담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피해 신고는 652건이 접수됐다. 수술지연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4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 밖에 진료 차질(119건), 진료 거절(79건), 입원 지연(28건) 등의 순이었다. 신고자의 희망에 따른 법률 상담 지원도 253건이나 이뤄졌다.

     

    지난달 26일 부산에서는 50대 급성 대동맥박리 환자가 응급수술 병원을 찾지 못하고, 4시간여 만에 울산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현재 의료 공백 사태와 뚜렷한 연관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 같은 사례를 접하고 가슴을 쓸어내릴 일반 국민 입장을 고려하면 정부로서는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4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의료 개혁에서 아무런 성과 없이 물러난다면 '레임덕'을 앞당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만큼 여론의 지지가 큰 의대증원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잠시 숨고르기를 하며 의사들에 대한 설득을 이어가되, 전공의들에 대한 의사면허 정지 처분 등 강경책을 사용하며 정면돌파를 할 가능성도 있다.

     

    의대 증원분은 5월 말 '2025학년도 대입전형 수시모집요강'에 최종 반영되는데, 만약 이제 와서 올해 증원을 취소하거나 증원 폭을 줄인다면 또다른 혼란과 여론의 거센 반발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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