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여의도연구원 토론회, 득표 5.4%차 위안? 경기도는 12%차 "잘못된 태도"
"용산, 대파 값 폭등 사과 대책 발표 전무" "대통령 격노? 격노할 사람 국민"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 지난해 12월11일(현지시간)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에 탑승해 대기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은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대패한 원인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보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싫다는 정서가 굉장히 많았다”며 선거 기간을 통해 이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25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주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는 왜 국민의힘이 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원인과 책임이 쏟아져나왔다.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이번 총선 경기도 고양병 선거구에서 낙선한 김종혁 부총장은 선거를 두고 조직이 바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속설을 절감했다며 “바람, 심판론이 휩쓴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김 부총장은 특히 “사람의 마음을 좌우하는건 콘텐츠나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스타일과 태도”라며 “대통령에 대한 얘기다. 대통령 부부의 모습이 싫다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그걸 염두에 뒀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밝혔다.
김 부총장은 또 더불어민주당과 지역구 총득표수 차이가 5.4% 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위안을 삼는 분석을 두고 완전히 틀린 얘기라고 진단했다. 서울의 경우 민주당 52.23%, 국민의힘 46.29%로 약 6%포인트 차이였지만, 인천은 53.53% 대 44.88%로 약 9% 차이가 났으며 경기도의 경우 54.66% 대 42.82%로 약 12% 차이가 났다.
김 부총장은 “영남 지역에 인구가 많아 전체로 보면 5.4% 차이라고 보지만 실제 수도권에서는 전멸한 것”이라며 “이 추세대로라면 2년 뒤에 있을 지방선거, 다음 대선, 그 다음 총선에서 비전이 있겠느냐. 5.4% 차이인데 소선거구제 탓이라고 하는건 완전히 잘못된 태도”라고 비판했다.
다만 위안으로 삼을 건 현장에서 만나본 사람들 가운데 이재명 대표가 좋다거나 조국 대표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했다. 김 부총장은 그러나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더 싫다고 한다”며 “실제로 사람들이 그렇게 반응하고 그렇게 투표했다. 이런 걸 뼈저리게 고민하지 않으면 선거에서 상당히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고양병에 도전했다 낙선한 김종혁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이 25일 여의도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정권심판 바람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태도가 싫다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털어놓고 있다. 사진=국민의힘TV 영상 갈무리
김 부총장은 자신이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로 우선 추락하는 경제에 나몰라라 했다는 점을 들었다. 다들 장사가 너무 안 되고, 적자로 문닫는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아우성인데도 대통령실 경제수석이나 정부 경제관료가 방송에 나와서 하는 말은 '맨날 수출이 잘 되고 있다'고만 할 뿐 이런 고민에 '공감한다, 책임감 느낀다,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얘기를 한 것을 들어본 일이 없다고 했다.
김 부총장은 “'경제가 이렇게 추락하는데, 저 사람들은 딴 얘기를 하고 있구나', 상인들이 '경제 이렇게 어려운데 여당이 (1당) 될 수 있겠어요. 전 여당 지지하지만'이라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무너졌다”며 “물가가 오르지만 장사는 안 되는 현상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부와 여당의 모습에 국민들은 절망했다”고 성토했다.
김 부총장은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 최고경영자 이미지)가 완전히 망했다고도 진단했다. 그는 “대통령은 PI 개선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데, 지난 2년간 속된 말로 망했다. 하나도 없었다. 대통령부부 이미지? 선거 치르면서 봤지 않느냐”며 “그 이미지가 완전히 고착됐다.
대통령 부부를 이재명·조국보다 더싫어 하는 사람을 흔히 만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대파 가격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한 것을 두고 실제 가격과 달리 대통령이 저렇게 얘기한다는 공세가 계속 펼쳐지는데, 아무런 대응도 못했다고 지목했다.
그는 “격노해야 할 것은 국민인데, 방송 자막 보면 '대통령 격노'가 나온다. 대통령실에서 이런 걸 흘리는데 … '격노'를 보면 국민이 행복하겠느냐, 격노해야 할 사람이 대통령이냐, 국민이냐”고 반문했다. 이런 대통령의 이미지가 2년 내내 누적돼 오다가 이번에 선거에서 폭발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부총장은 전략적 오판의 사례로 '이조(이재명 조국) 심판'을 들며 “두사람이 나쁜 사람들이라는 거 알아, 그런데 당신들은 심판을 안 받았지 않느냐는 반응이었다. 공허했다”고 지적했다.
당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두고 김 부총장은 “영남 자민련 탈피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일부러라도 희생해줘야 한다. 모든 면에서 지금과 달라져야한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사랑받기 어렵다.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된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여의도연구원을 상대로 “선거 중에 여의도연구원으로부터 자료(내용)를 받은 게 하나도 없다”며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당선자는 패배 원인으로 지목되는 당정관계, 민생을 못챙긴 것 등의 의제는 선거 6개월 전, 아니 1년전에도 나온 방송출연 아이템과 다르지 않다면서 “이를 알면서도 해결할 용기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선거 패배 이후의 국민의힘의 자세와 태도를 두고도 김 당선자는 “지난 2020년 21대 총선 때 궤멸적 패배를 당했을 때 당이 무너질 듯이 대성통곡을 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거의 같은 결과을 받아들고도 되게 안일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재보선을 이겨서인지 모르나 희망회로가 강하게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자신이 강북지역에서 어떻게 당선됐는지를 두고도 김 당선자는 “현상적 얘기를 하자면 우리당이 하는 것 반대로만 했다”며 “이조심판 얘기 입밖에 한번도 꺼내지 않았고, (중앙당) 현수막을 내걸지 않았다. 당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면 이 지역에서 걸 수 없는 것이 태반이었다. 듣지 않아 죄송하다. 수도권 민심과 너무 다른 지시가 중앙당으로부터 내려온다”고 털어놨다.
▲김재섭 국민의힘 도봉갑 국회의원 당선자가 25일 여의도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 강북에서 승리한 요인을 두고 당이 하라는 것의 반대로 했더니 이겼다고 털어놓고 있다. 사진=국민의힘TV 영상 갈무리
국민의힘에서 오랜 당직자 생활을 하다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으로 이번에 부산 동래구에서 당선한 서지영 당선자는 당의 공천 제도와 의원 평가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 당선자는 당선자와 현역의원이 거부했기 때문에 현역의원 평가시스템이 없다며 이를 회피하지 말고 도입하겠다고 천명할 때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상임위원회 당시 치열한 법안 논의를 할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없고, 예산소위 간사 혼자 방어하는 사례를 언급한 뒤 “그때 출마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면서 “의원들은 없는 이런 상임위 허다했다. 대통령만 욕할 게 아니다. 이런 우리당의 고질적 내부적 질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쓴소리했다.
여론조사 전문가로 토론회에 참석한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이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정당)이라는 별명이 붙었다며 심각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8년 선거때 경기도에서 32명이 당선됐고, 2012년에 21명, 2016년 19명이었는데, 지난 2020년 7석, 이번에 6석이었다고 소개했다. 배 소장은 오래 전부터 '경기도 놓치면 큰 일 난다'고 얘기해왔으나 이를 모를리 없었을텐데 왜 대비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충청권의 경우를 두고도 천안과 청주, 대전 다 졌는데, 이 세 도시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과제라고 했다.
40대 지지율이 낮은 점(출구조사 분석결과 40대 19.8% 여자 18.4%)을 들어 4포당이라는 지적도 받는다고 했다. 배 소장은 “40대가 계속 40대일 줄 아느냐. 금방 50대 되고, 눈 몇 번 깜빡이면 60대 70대가 된다”며 “그런데 보수 패널이 나와서 '40대는 버르장머리가 없어서 노력해도 안 된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0대를 잡는 방법을 두고 배 소장은 “이 사람들이 고민하는 직장 갑질, 체불임금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라며 “이들이 이직, 주거, 재테크 고관심층인데, 지난해 김남국 비트코인에 분노했을 때 국민의힘이 기회를 잡았어야 했다. 4포당이 아니라 4핵당(40대가 핵심인 정당)이 됐어야 하는데, 이런 게 없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