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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통화' 묻자 신범철 "그건 회수에 관련된 것"
채 상병 특검법 입법 청문회에 출석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이, 경찰에 넘어간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기록을 되찾아온 작년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한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신 전 차관은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차관도 지금 통화한 게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자, "그건 회수에 관련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직후 열린 작년 8월 신 전 차관이 국회에 나와서, 이종섭 당시 국방장관이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한 발언이 "거짓말 아니냐"고 추궁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입니다.
이어, 8월 2일 윤대통령과의 통화를 재차 묻자 "통화했다"면서도, 회수해 오라는 것이었냐는 추가 질문엔 "밝히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며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실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죄 군사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관련자들의 통화기록을 보면, 신범철 전 차관은 문제의 8월 2일 오후 4시 21분 윤석열 대통령의 개인 전화번호로 한 차례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의도된 폭로? 단순 말실수? 신범철, 윤 대통령 통화 증언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난 이종섭 전 국방장관 등 수사 외압 의혹의 주요 인물들은 통화 내용은커녕 통화 주제에 대해서도 함구해왔습니다. 이점을 고려하면 "회수에 관련된 것"이란 신 전 차관의 말은 깜짝 폭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 전 차관의 말이 맞다면, 윤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의 수상한 처리 과정에서 직접 국방부 고위 간부와 이야기를 나눴다는 사실이 관련자의 입으로 처음 확인된 겁니다.
무엇보다 수사외압 의혹의 세 단계, ① 8명 혐의자 추린 수사결과 발표 취소/이첩 보류 단계 ② 경찰에 넘어간 기록을 회수하는 단계 ③ 조사 기록을 재검토하고 혐의자를 2명으로 축소하는 단계 가운데 ② 기록 회수 단계에 윤 대통령이 관여한 정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수사 외압 중 불법성이 상대적으로 명확하다고 평가받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작년 8월 2일 오전 해병대 수사단은 채 상병 순직 사고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이 책임이 있다는 1차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넘겼고 군검찰단은 반나절 만에 경북청이 있는 경북 안동까지 고참 수사관을 보내 9백여 쪽 기록을 회수해옵니다.
적어도 세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회수 주체의 문제입니다. 채 상병 순직 사고 조사를 담당하고 기록을 넘긴 해병대 수사단이 아닌, 군검찰단이 나서 기록 회수를 주도했습니다. 또 재검토를 맡았던 상급 군경찰, 국방부 조사본부도 아닌 별도의 기관이 움직였습니다. 권한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됩니다.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은 국회에서, "모든 게 다 처음이었다. 이첩된 수사서류가 직접 수사단에서 회수한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에 회수된 것도 28년 군 생활 중에 처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둘째, 회수 절차의 적법성 문제입니다. 당시 군검찰 수사관은 경북청과 '사건기록 인계 인수증' 한 장을 작성했습니다. 어떤 법률에 근거한 행위인지 근거를 남기지 않았습니다. 검경은 물론 군 수사기관 근무자들도 이미 이첩이 완료된 사건을 이 같은 방식으로 되돌리는 경우는 없다고 지적합니다. 기록 회수 실무자인 검찰 수사관은 공수처에 회수 절차가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남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셋째, 회수된 기록을 처리하는 과정의 문제가 있습니다. 군검찰단이 나선 것도 엉뚱한데, 군검찰은 되가져온 채 상병 순직 사건 기록을 박정훈 전 수사단장 항명죄 수사기록으로 편철해둡니다. 수사 대상도, 수사 혐의도 전혀 다른 사건 기록으로 만든 겁니다. 이때 법원의 압수영장을 받지도, 그렇다고 임의제출 절차를 밟지도 않았습니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 측은 "사실상의 기록 탈취"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이종섭은 "내가 항명죄 수사 지시, 회수도 그 일환"
이날 입법청문회에 출석한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신범철 전 차관과 달리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모두발언과 질의 답변 과정을 종합하면, 이 전 장관은 기록이 경찰에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된 8월 2일, 즉시 "김동혁 군 검찰단장에게 연락해 할 수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 '토의'하고 (항명죄) 수사를 지시했다"고 했습니다.
기록 회수는 "지시했던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그 과정의 일환으로 한 것"이라고 옹호했습니다. 또 대통령실과의 통화는 오히려 이 같은 수사 지시와 박정훈 전 수사단장에 대한 인사조치 지시를 내린 뒤에 이뤄졌다며, 시간상의 선후를 자기주장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 장관 주장은 대통령실 통화 내역 등 이미 드러난 정황과도 맞지 않습니다. 국방부가 먼저 움직여 기록 회수에 나서지 않고 대통령실의 여러 부서가 사전 정지 작업을 마친 뒤 국방부가 경북청과 협의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안보실이 국방부에, 또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국가수사본부를 거쳐 경북청 측에 사전 조율하고 나서야 양측이 기록을 되돌릴 방법을 의논했습니다. 이 전 장관 주장의 허점은 추후 자세히 검토하겠습니다.
신범철, 다섯 달 전엔 "대통령과 통화 안 해" 거짓말
앞서 MBC는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수사외압 관련자들과 직접 소통한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호주 대사로 내정된 이종섭 전 장관과 총선을 준비중인 신범철 전 차관 등을 두루 접촉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캠프 출신인 신 전 차관은, 각 부처 차관들의 역할을 강조한 이번 정부 초기 실세로 꼽혔습니다. 지난 1월 신 전 차관에게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채 상병 사건으로 통화한 적 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신 전 차관은 당시 취재기자에게 "나는 대통령과 통화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장관하고 한다. 그런 적 없다"고 딱 잡아뗐습니다. "그런 부분은 나는 '클리어'하다"고도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기록이 공개되고 나서 청문회에 출석한 신 전 차관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이번엔 "당시 선거중에 경황이 없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어제 윤 대통령과의 통화가 "회수 관련한 것"이라는 말은, 의도된 발언이라기보다, 거짓말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변호하려 하다 실수로 말을 흘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따로 묻자, 신 전 차관은 "장관의 통화를 말한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어제 입법 청문회에서 신 전 차관은 이종섭 전 국방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과 함께 증인 선서를 거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