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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어 민희진 대표를 둘러싼 의혹들이 첩첩산중이다. 무속인 경영 참여 의혹에 이어 이번엔 사내 성희롱 은폐 의혹에 휩싸였다.
디스패치는 25일 민 대표가 무속인 A씨, 회사 임원 B씨와 나눈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대화에는 민 대표가 어도어 사내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에 대해 피해자를 탓하며, 증거가 없다면 무고로 맞고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실렸다.
이미 수차례 논란이 된 바 있는 무속인 A씨와의 대화도 공개됐다. 민 대표는 멤버 선발 등 경영 전반에 대한 의견을 A씨와 상의했고, 무속인에게 연습생의 얼굴을 보여주며 '귀신이 쓰였냐‘고 묻기도 했다. 또 뉴진스 멤버들의 외모를 비하하는 발언도 공개됐다.
공개된 대화록에 따르면 민 대표는 지난 3월 여직원 C씨가 사내(어도어)에서 성희롱을 당했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임원들에게 진상을 정확히 조사하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라 무고로 B씨를 맞고소하라고 말했다. 사실 경위가 무엇인지 파악하라는 지시는 없었다.
오히려 민 대표는 여직원 C씨를 비난했다. 그는 해당 사건에 대해 보고하는 임원 B씨에게 “(C씨를) 기껏 가르치고 기회줬더니 내 기분상해죄지 않냐”며 화를 냈다.
그룹을 이끄는 리더, 경영인이라면 중립성을 갖춰야 하지만 민 대표는 사건의 실제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군지 진실을 파악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기분상해죄’, 자신의 기분이 상한 것 자체에 불만을 가졌다.
감히 사내에 문제를 제기한 C씨가 괘씸했을까. 민 대표의 분노는 C씨를 이어 여직원들 전체를 향했다. 자신도 여자지만 여자와 함께 일하기 피곤하다고 말하거나. 여성들을 ‘페미X’, ‘개줌마’ 등으로 지칭하며 편향된 발언을 쏟아냈다.
민 대표의 기분을 상하게 한 죄를 저지른 C씨는 어떻게 됐을까. 퇴사했다. 어도어는 C씨가 제기한 사건에 대해 어떤 진상 조사를 거쳤는지, 어떤 대책을 마련했는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그저 하이브가 개인 문자 메시지를 유출한 것은 잘못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민 대표 측은 개인 메시지를 짜깁기한 보도라며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말대로 맥락은 중요하기에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민 대표는 그럴수록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해당 사건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 경위를 자세히 공개해야 할 것이다.
또 사실이라면 경영인으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무속인 경영 참여 의혹’에 대해서도 신속히 입을 열어야 한다. 민 대표는 멤버 선발부터 지분 문제 등 어도어 경영과 관련한 대외비 사안들을 무속인과 상의했다.
중요한 건 ‘개인 문자 메시지 유출’이 아니라 어도어가 건강히 운영되고 있는지 여부다. 굿 비용으로 7000만원 상당을 지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밝혀야 한다.
민 대표는 거대한 자본을 가진 기업(하이브)의 권력에 맞서는 여전사, 정의의 사도의 이미지를 어필했다. 그렇다면 어도어 대표인 그 역시 경영인으로서 한 치의 부끄러움도 없어야 한다. 민 대표의 현 관심사는 ‘하이브가 나의 사적(?)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에 대한 분노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민 대표가 어도어의 수장으로서 건강하게 조직을 이끌고자 한다면 ‘사내 성희롱 은폐 의혹’ 및 ‘무속인 경영 참여 의혹’과 같은 불명예스런 논란들을 어도어 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그 혼란을 어떻게 극복할지 생각하는 게 먼저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하이브는 방시혁 의장만의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가 자신에게 해야 할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