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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 1조 3,808억 원. 이혼 법정이 이런 천문학적인 액수를 선고한 건 처음입니다. 액수에서 알 수 있듯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은 노소영 관장의 승리였습니다.
노소영 측 "만족", 최태원 측 "편파적"
재산 분할 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법정에는 양측의 변호사들만 출석했습니다.
노 관장 측 김기정 변호사는 선고가 끝난 뒤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혼인 순결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다", "1심보다 금액이 많이 올라서 그런 부분은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 김기정 변호사: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 기자: 대법원에 상고하실 계획이 있는지, 이번 판결에 어느 정도 만족하시는지 간략히 말씀해 주세요.
▲ 김기정 변호사: 판결문에 대한 검토를 안 했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1심보다 금액이 많이 올라서 그런 부분은 좀 만족합니다만 개개의 쟁점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대처하려고 합니다.
반면에 최태원 회장 측 대리인은 입장문을 내고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듯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는 겁니다.
6공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하였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습니다.
- 최태원 SK 회장 변호인단 입장문
뒤집힌 1심 판단…결정타는?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했습니다. SK㈜의 주식도 분할 대상으로 본 겁니다.
앞선 1심에서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50%를 재산 분할분으로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주식이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 재산'으로 인정된다, 즉 노 관장이 자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는 이유로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겁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은 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사람의 합계 재산을 약 4조 원으로 본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을 토대로 재산 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습니다.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
1심에선 노 관장이 요구한 '최 회장 보유 SK㈜ 주식 50%'는 인정하지 않고, 최 회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요, 사실상 패한 노 관장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재산 분할 대상을 주식이 아닌 '현금 2조 원'으로 변경했습니다.
재산 분할 대상을 현금으로 바꾸는 대신 액수를 크게 올린 겁니다.
그러면서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를 꺼냈습니다. 1990년대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약 343억 원이 최종현 전 회장과 아들 최 회장에게 전달됐으며, 1992년 증권사 인수, 1994년 SK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고 주장한 겁니다.
노 관장 측은 또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후광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그룹 총수로 올라서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최 회장 측은 SK그룹에 비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다며,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최태원, 1조 3천억 원 어떻게 마련하나
최 회장으로서는 지분을 쪼개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1조 원 넘는 금액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SK그룹도 충격에 빠진 모습입니다.
최 회장은 3월 말 기준으로 지주회사인 SK㈜ 지분 17.73%외에 SK케미칼(6만 7,971주·3.21%), SK디스커버리(2만 1,816주·0.12%), SK텔레콤(303주·0.00%), SK스퀘어(196주·0.00%)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