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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 1조 3,808억 원. 이혼 법정이 이런 천문학적인 액수를 선고한 건 처음입니다. 액수에서 알 수 있듯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은 노소영 관장의 승리였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도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세기의 결혼'이었는데요, 결국 '세기의 이혼'으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입니다. 항소심에서 1심의 중요한 판단이 많이 뒤집혔는데요, 왜 뒤집혔을까요?
     

    노소영 측 "만족", 최태원 측 "편파적"

    항소심 법원인 서울고법 재판부는 최태원(63) SK그룹 회장이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 위자료 20억 원 ▲ 재산 분할로 1조 3,808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산 분할 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입니다. 법정에는 양측의 변호사들만 출석했습니다.

     

    노 관장 측 김기정 변호사는 선고가 끝난 뒤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혼인 순결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다", "1심보다 금액이 많이 올라서 그런 부분은 만족한다"고 말했습니다.

     

     
    ▲ 김기정 변호사: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에 대한 헌법적 가치를 깊게 고민해주신 아주 훌륭한 판결이라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 기자: 대법원에 상고하실 계획이 있는지, 이번 판결에 어느 정도 만족하시는지 간략히 말씀해 주세요.
    ▲ 김기정 변호사: 판결문에 대한 검토를 안 했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단 1심보다 금액이 많이 올라서 그런 부분은 좀 만족합니다만 개개의 쟁점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대처하려고 합니다.
     

    반면에 최태원 회장 측 대리인은 입장문을 내고 "재판의 과정과 결론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며 대법원 판단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처음부터 이미 결론을 정해 놓은 듯 편향적이고 독단적으로 재판을 진행했다"는 겁니다.
     
    특히 노 전 대통령 자금 유입 등과 관련해선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뤄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오히려 SK는 사돈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6공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하였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습니다.
    - 최태원 SK 회장 변호인단 입장문
     

    뒤집힌 1심 판단…결정타는?

    1심 판단이 많이 뒤집혔습니다. 결정적으로 'SK 주식 가치가 증가하는 데 있어 노 관장의 기여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뒤집혔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 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최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했습니다. SK㈜의 주식도 분할 대상으로 본 겁니다.

     

    앞선 1심에서 노 관장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50%를 재산 분할분으로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그룹 주식이 상속·증여로 형성된 '특유 재산'으로 인정된다, 즉 노 관장이 자산 형성 과정에 기여한 부분이 없다는 이유로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한 겁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은 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사람의 합계 재산을 약 4조 원으로 본 재판부는 이같은 판단을 토대로 재산 분할 비율을 최 회장 65%, 노 관장 35%로 정했습니다.

     
    재판부가 최 회장에 대해 질타하기도 했는데요, "혼인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2019년 2월부터는 신용카드를 정지시키고 1심 판결 이후에는 현금 생활비 지원도 중단했다"는 점을 지적한 뒤 "소송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SK 주식도 재산 분할 대상"

    항소심 재판부가 "최태원 회장의 재산은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판단한 건, 노소영 관장 측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인 결과로 보입니다.
     

    1심에선 노 관장이 요구한 '최 회장 보유 SK㈜ 주식 50%'는 인정하지 않고, 최 회장에게 위자료 1억 원과 재산 분할로 현금 665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요, 사실상 패한 노 관장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재산 분할 대상을 주식이 아닌 '현금 2조 원'으로 변경했습니다.

     

    재산 분할 대상을 현금으로 바꾸는 대신 액수를 크게 올린 겁니다.

     

    그러면서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문제를 꺼냈습니다. 1990년대에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가운데 약 343억 원이 최종현 전 회장과 아들 최 회장에게 전달됐으며, 1992년 증권사 인수, 1994년 SK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고 주장한 겁니다.

     


    노 관장 측은 또 '전 대통령의 사위'라는 후광 때문에 최태원 회장이 그룹 총수로 올라서는 데 크게 작용했다고도 주장했습니다.

     

    최 회장 측은 SK그룹에 비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다며,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 때도 확인된 사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판결 결과를 보면 재판부가 노 관장 측 주장을 더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최태원, 1조 3천억 원 어떻게 마련하나

    노 관장 측이 재산 분할을 주신이 아닌 현금으로 요구한 건, '경영권 분쟁'으로 번지는 것까지는 원치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혼 소송의 목적이 그룹의 경영권을 흔드는 게 아니라 정당한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최 회장으로서는 지분을 쪼개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1조 원 넘는 금액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습니다. SK그룹도 충격에 빠진 모습입니다.

     

    최 회장은 3월 말 기준으로 지주회사인 SK㈜ 지분 17.73%외에 SK케미칼(6만 7,971주·3.21%), SK디스커버리(2만 1,816주·0.12%), SK텔레콤(303주·0.00%), SK스퀘어(196주·0.00%)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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