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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고자 없어 市가 장례…‘유산 기부 성남 1호’
    노점상·지하철 청소·폐지 줍기 등으로 주택 마련,
    12억대 4층 다세대 주택, 어려운 이웃에 기부
    “성남은 제2의 고향”…2006년에는 장기기증 서약

    노점상과 폐지 줍기, 지하철 청소 등으로 모은 전 재산 12억원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홍계향 할머니가 장기까지 모두 내놓고 세상을 떠났다. 90세를 일기로 별세한 고인은 2014년 6월 전 재산을 사후에 저소득층 복지기금에 사용하도록 경기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 경기 성남시의 첫 ‘행복한 유산’ 기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앞서 2006년에는 서울대학교병원에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했다. 

     

    노점상 등으로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고 별세한 홍계향 할머니의 2014년 생전 모습. 성남시 제공
     
    성남시는 “홍 할머니가 19일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며 “연고자가 없어 시가 주관해 장례를 치른 뒤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고 22일 밝혔다. 
     

    시는 이어 “할머니가 살던 4층 규모 다세대 주택은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인이 기부한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의 다세대 주택은 현재 12억원가량의 시세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일을 하며 어렵게 돈을 벌어 2002년 마련한 뒤 별세하기 직전까지 살던 곳이다. 

     

    성남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른 홍 할머니는 1934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21살에 결혼한 뒤 서울로 올라와 김·미역 노점상과 폐지 줍기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고, 49살 때인 1983년 성남에 정착했다.

     

    홍계향 할머니의 빈소가 차려진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 성남시 제공
     
    이후 지하철 청소와 공장 근로자 등 다양한 일을 하며 돈을 벌어 68세 때인 2002년 4층 규모의 주택을 마련했다. 평소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뜻을 품고 살아온 홍 할머니는 딸이 2010년 병으로 죽고 치매를 앓던 남편마저 2013년 세상을 떠나자 재산 기부 절차를 밟았다.
     

    이후에도 할머니는 지역 사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꾸준히 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낙상 사고로 왼쪽 다리뼈가 골절되면서 건강이 급격히 악화했다. 수술 후 재활 치료를 받았으나 올해 2월에는 오른쪽 다리뼈마저 골절돼 숨을 거두기 전까지 병원에서 지냈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21일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신 시장은 “두 달 전 할머니를 찾아뵙고 빠른 회복을 기원했는데 안타깝다”며 “기부한 유산은 고인의 바람대로 소중히 쓰겠다”고 약속했다. 고인은 이날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발인식 이후 화장을 거쳐 성남시립 추모원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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