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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관람객 절반 급감
    개장 첫해 月평균 39만명
    작년엔 17만명으로 줄어
    세종실 등 본관 관람 제한
    외국인 위한 설명도 부실
    경복궁선 4개국 언어 해설
    靑, 영문 예약 사이트 없어
    한산한 청와대 지난 13일 청와대 경내를 찾은 방문객들이 드문드문 보이고 있다. 맑은 날씨의 나들이 철이었지만 청와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한주형 기자

     

    "뭐 들어갈 수도 없게 해놨네. 쳐다만 보고 가라는 거야 뭐야."

    청와대 개방 2주년을 맞아 기자가 찾은 3월 평일 낮 청와대. 한 관람객이 곳곳에 입장제한용 펜스가 쳐진 것을 보고 투덜댔다. 공개된 방에도 별다른 소품이 남아 있지 않아 이 큰 건물을 둘러보는 데 1~2분이면 족할 듯했다.

     

    2022년 5월 개장 초기, 청와대 관람 신청은 '광클릭' 경쟁을 해야 할 만큼 예약이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전날 예약 페이지에 들어가도 모든 시간대가 가능할 뿐 아니라 주말마저 당일 현장 방문을 허용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갔을 때 청와대 곳곳은 개방 2주년 행사 준비로 입장이 불가능했다. 본관의 세종실, 충무실, 인왕실의 관람이 제한됐다. 그나마 제한적으로 개방된 청와대 본관 접견실과 집무실 등에는 실제 쓰인 물품들이 놓여 있지 않았다. 의자와 책상만 덩그러니 있다. 본관 1층 무궁화실에는 역대 영부인의 사진이 걸려 있었지만 인물 설명이 너무 작게 돼 있어 한국인이 아니면 누구인지 분간하기 어려워 보였다.

     

    청와대 관광객은 중국인이 다수인데도 안내문은 거의 한국어와 영문으로만 기재돼 있었다. 요즘 국립중앙박물관 등 웬만한 전시공간은 QR코드를 활용해 전시에 대한 설명을 돕는다. QR코드를 찍으면 관련 홈페이지로 넘어가 4개 국어로 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대통령과 가족들이 사용한 생활공간인 관저는 개방 초기부터 제기된 불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물 내부에 들어갈 수 없다.

     

    경상남도 함안에서 왔다는 안우솔 씨(20)는 "관저를 밖에서 두꺼운 유리창 너머로 볼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청와대를 시민 품에 돌려준다고 했는데 하다가 만 느낌"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서 어렵게 찾은 일본인 개별관광객 야스모토(63)는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이 살았던 공간을 방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귀중한 경험"이라면서도 "그러나 두 번 방문할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람객 숫자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22년 5월 개장하고 그달에 57만4380명이 방문한 이후 계속해서 감소해 작년 월평균 방문객 수는 17만2367명에 그쳤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개방 초기에는 '이벤트 효과'로 관람객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며 "청와대 방문객이 급감한 것은 청와대 내부에서 하는 행사들이 제한적인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경복궁 관람객은 총 557만9905명이고, 이 중 외국인은 109만4475명으로 19.6%였다. 반면 청와대는 지난해 206만8414명이 관람했는데 이 중 외국인은 11만8781명으로 5.7%에 그쳤다.

     

    청와대가 외국인 관광객에게 외면받는 이유는 바로 옆 경복궁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날 오후 2시 궁내 흥례문 앞에서 펼쳐진 수문장 교대식은 15분가량 이어지는 중간중간에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순으로 안내 방송이 나왔다. 외국인들도 해설을 듣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독일 소녀 소피 엘리자베스(18)는 "영어 가이드 덕분에 궁궐 구석구석의 사연을 심도 있게 접할 수 있었다"며 "조선시대 왕 한 사람이 여러 명의 후궁을 거느린 점이 신기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경복궁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해설을 제공한다.

     

    반면 청와대는 영문 예약조차 어렵다. 예약 사이트 영문 버전이 존재하긴 하지만 예약 버튼을 누르면 다시금 한국어 사이트가 안내된다. 청와대재단 관계자는 "영문 예약 사이트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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