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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의 신상이 한 유튜버에 의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거 가해자 중 한 명이 쓴 반성문이 재조명되고 있다.
5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사건의 가해자 A씨가 지난 2005년 소년보호시설을 퇴소하고 썼다는 글이 확산됐다.
A씨는 당시 글에서 "밀양 성폭행에 대한 기사를 봤다"며 "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소년부 재판에서 2월 7일 6호 단기를 받고 7월 29일 퇴소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사건이 나쁜 것은 알지만 제 나이 때에는 한참 여자들도 만날 나이고 즐겁게 놀 시기인데, 이런 나쁜 사건에 포함된 것이 너무 분하고 억울하기만 하다"며 "저는 그 피해자를 몇 번 만나지도 않고 성관계를 갖지도 않았는데 검사한테 조사를 받을 때 자꾸 '피해자가 성관계를 가졌다고 했다'고 해서 억울하게 소년원을 다녀왔다"고 했다.
이어 "성관계를 하려고 했지만 피해자가 안 좋게 볼까봐, 3명이서 줄X(집단 강간을 가리키는 은어) 하는 게 싫고 해서 안 했다"며 "제 죄명이 강간미수여야 하는데 특수강간으로 돼 있더라"고 줄곧 억울해 했다.
A씨는 또 "기사 내용 중 '4명이 서로 공모해 야외 테니스장에서 주먹으로 피해자를 머리를 때리고 팔다리를 잡아 꼼짝 못하게 한 채 성폭행을 했다'고 하는데, 저도 그 자리에 있긴 했지만 전 그런 일을 한 사실이 없다"며 돌연 피해자에게 화살을 돌렸다.
그는 "사회에 물의 일으킨 점 정말 나라에 사과라도 하고 싶지만, 피해자도 문제가 있는 아이"라면서 "피해자가 자기가 밀양에 왔다고 저희 친구들한테 이리저리 전화 통화를 했고, 그래서 그렇게 만나다가 술을 먹고 저희들도 남자이기 때문에 호기심에 이렇게 사건이 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그 피해자의 친구들이 가출을 해서 밀양에 왔다고 듣고, 그 친구를 부모님께 보내드리기도 했다"며 "네티즌들이 우리가 남자라서 너무 안 좋게 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리 크게 될 사건도 아닌데 (가해자가) 44명이라는 인원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밀양 사건에 대한 진실은 저희 44명들만 알지 아무도 모른다. 피해자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지 모르지만 평범한 그런 여학생이 아니다. 오히려 저희들만 크게 다 뒤집어쓴 것 같다"고 원통해 했다.
A씨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 대신 "우리가 잘못된 건 안다. 밀양 사건 때문에 전 국민에게 저 혼자만이라도 사과하고 싶은 죄송한 마음뿐"이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피해자 탓 하는 거 보면 정신 못차렸다", "크게 될 일이 아니었다니? 신상 털려도 별 일 아니겠구만", "제발 재수사 반드시 이뤄지길", "가해자들 딸 낳아서 똑같은 일 당해도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성문이 아니라 자기변명문" 등의 반응을 보이며 A씨를 비판했다.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월 밀양에서 남학생 44명이 여중생 1명을 1년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1986년~1988년생 고등학생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10명이 기소되고 20명이 소년부로 송치됐으나, 전과 기록이 남는 처벌은 단 한 명도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