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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해석 스스로 뒤집은 권익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을 종결 처리한 데 대해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히고 사퇴한 최정묵 권익위원이 ‘전원위원회에서 사건 종결을 결정하면서 청탁금지법만 논의하고 알선수재나 공직자윤리법 등은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밝혔다.
권익위의 종결과 무관하게 관련 고발을 접수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대통령실 행정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최정묵 권익위 비상임위원은 1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종결 결정 당시) 전원위에서 알선수재 등에 대해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청탁금지법만 논의했다”고 밝혔다.
권익위가 지난 10일 “대통령 배우자는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하자, 법조계 안팎에선 ‘공직자의 배우자는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으로 수사기관에 사건을 송부·이첩할 수 있음에도 권익위가 무리하게 사건을 종결했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실제 전원위에서 관련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해설집에서 스스로도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의 배우자는 알선수재 등 다른 법률로 배우자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최 위원은 전날인 17일 입장문을 통해 사퇴의 뜻을 밝혔다. 현직 권익위원이 특정 사건 처분 결과에 책임을 느껴 사퇴한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최 위원은 “많은 국민이 동의를 못 하시는 상황에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책상에 앉아 있는 상황에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며 “반대를 하긴 했지만, 저 또한 (종결) 결정을 함께한 것이라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종결을 반대한 이유에 대해선 “법리적으로 충분히 다툼의 여지가 있었고 국민이 비리로 판단하고 의심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라며 “권익위는 일반 국민의 민원과 고충을 처리하는 곳인데, 논의가 이렇게 진행되면서 국민이 권익위에 (도움을 청하려다가도) 멈칫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민권익위원회 정부합동민원센터 앞에서 권익위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신고 사건 종결 결정에 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날 김 여사 사건을 권익위에 신고한 참여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권익위가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지도, 수사기관에 이첩·송부하지도 않고 사건을 종결한 것은 부당하다”며 재조사와 재의결을 요구하는 이의신청서를 권익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참여연대의 이의신청은 권익위 재조사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은 조사·감사 또는 수사 결과를 통보받은 신고자에게 ‘이의 신청’ 기회를 부여하지만, 이번처럼 수사기관 이첩이나 송부조차 없이 권익위 차원에서 종결 처리한 사안에 대해선 별다른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날 수사 착수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실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이날 오전 조아무개 대통령실 부속실 행정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행정관은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와 직접 연락을 나눈 핵심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