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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쓴 독서노트 바탕…“아들에 독서 강요 안 해”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아버지인 손웅정(62)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요즘 부모들이 아이 재능보다는 부나 성공 쪽으로 유도하는 ‘앞바라지’를 많이 한다”고 일침을 놨다. 손 감독은 “아이들이 개발해 그것을 갖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뒷바라지 해 주는 역할이 학교 공부보다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재능보다 부·성공 향한 ‘앞바라지’ 너무 많아
손웅정 감독은 ‘명언 자판기’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명언은 모두 독서에서 나왔다. 손흥민이 독일 함부르크에 처음 진출한 2010년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손수 써 내려간 독서노트만 일곱 권이 넘는다. 최근 이 독서노트 가운데 여섯 권에 바탕한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난다)를 펴낸 손 감독을 17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만났다.
손웅정 감독은 “어려서 학교 공부는 아주 안 하다시피 할 정도였지만, 내가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며 살 수 있는 바탕은 독서가 아닌가 해서 일찍이 책에 관심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지금도 미래를 여는 열쇠는 책에 있고, 앞으로 책을 한 권 읽은 사람을 두 권 읽은 사람이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축구선수들도 (책을) 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본인의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 감독은 “흥민이가 책 읽을 시간이 없으면 내가 아주 중요한 것들, 독서노트에 썼던 것들을 책에 표시해 머리맡에 놔 주고 하는 일들은 좀 있었다”면서도 “두 아들에게 독서를 강요하진 않는다”고 했다.
부모가 부지런한지 게으른지 다 대물림
그는 “함부르크에 애를 데리고 가서 운동을 시킬 때도 항상 내가 볼을 차도 한 개 더 차려고 하고, 중량도 똑같이 해서 내가 먼저 든 뒤에 ‘네 차례야’ 하고 유도했다”며 “가난만 대물림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부지런한지 게으른지, 집안을 지저분하게 하고 사는지 깔끔하게 하고 사는지도 대물림된다.
마찬가지로 아버지가 어디 가서 사람과 사람 간의 선을 넘지 않고 존중하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서 그게 책에서 나온 힘이라고 느낀다면 알아서 책을 읽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웅정 감독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학교 공부보다는 아이들의 재능과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운동선수도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과거 일본의 한 대기업 회장이 ‘영화표는 극장에 들어갈 때라도 쓰는데 졸업장은 도대체 어디에다 쓰냐’는 말을 했다”며 “학교 공부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발견하고 재능을 계발해 그 재능을 가지고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게 뒷바라지해 주는 역할이 학교 공부, 그리고 부나 성공만을 향하는 ‘앞바라지’보다 우선이 아닌지 조심스레 생각한다”고 답했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의 아버지인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열린 본인의 인터뷰집 ‘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 감독은 자녀들을 마냥 기다려만 주기보다 강한 멘탈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독수리가 둥지에서 새끼를 키워 밖으로 내보낼 때 푹신한 것부터 서서히 걷어낸다”며 “지금도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오늘 대충대충 하면 내일 병든 독수리 열 마리밖에 남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또 자기 애가 몸싸움해서 넘어진다고 ‘아이고’ 하는 학부모가 있으면 ‘애 데리고 집에 가시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남이 가진 좋은 걸 그냥 편하게, 쉽게 거두겠다고 하면 그건 도둑놈이다. 그렇게 폭신폭신하게 대응하면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겠나. 강한 멘탈로 노력하고 도전하고 창조할 때 이 험난한 세상을 함께 부닥치며 살아갈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무릎 꿇은 병마용만 상하지 않았다
최근 대표팀에서 동료들과 갈등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힘든 시기를 겪은 손흥민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책보다는 딱 한 단어, 겸손을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 감독은 “중국 진시황이 만든 병마용의 얼굴 형태와 색, 갑옷, 키 등이 다 다른데, 보존을 위해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와중에 상하지 않은 병마용은 무릎 꿇은 병마용 딱 하나뿐이라고 한다”며 “낮추고 숙이는 게 우리 세상 사는 가장 큰 지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겸손과 내 자존감을 지키는 건 엄격하게 구분돼야 한다. 손흥민은 인품도 공 차는 것도 아직 ‘월드 클래스’가 되려면 멀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