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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포기하는 청년들
"사진이나 찍으렵니다"
2030에게 과시와 동경의 대상 된 서울 아파트
남의 집 사진 올려 갈등 빚기도
월 평균 252만원 버는 20·30 청년들,
부모 집 얹혀 살거나 전·월세 거주
평균 '9.7억' 서울 아파트는 하늘의 별따기
집을 둘러보는 젊은 연인의 모습. 사진은 이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20년째 중개업을 하는 최모씨는 최근 이상한 경험을 했다. 20대로 보이는 평범한 옷차림의 젊은 커플이 신혼집을 사겠다며 방문했는데, 지역 내 고가 아파트 단지 매물만 보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이다.
최씨는 "정확한 예산을 알려주면 적당한 매물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무조건 비싼 집만 보겠다는 이들의 성화에 결국 보유한 매물 중 비어있는 집으로 안내했다. 이들 커플은 집의 상태를 확인하고 하자를 점검하기보단 셀카와 거실·창가 전경 등의 사진만 찍고 돌아갔다. 최씨는 혹시나 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이들 커플이 연락받는 일은 없었다.
최씨가 이러한 경험담을 털어놓자 개업중개사인 그의 지인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젊은 손님 중에 집을 보겠다며 찾아와서는 지역 내 비싼 집의 사진만 찍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무단 방문자에 대한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중고 거래를 가장해 아파트 단지에 무단으로 들어와 단지 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가 하면, 헬스장, 카페 등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 시설까지 침범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집구경', '집보러' 등을 검색한 결과.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그렇게 찍힌 사진들은 단지명 해시태그와 함께 '집 보러 왔다', '퇴근 후 단지 산책', '홧김에 샀다' 등의 글이 붙어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댓글에는 부러움을 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중고품 거래를 가장해 단지에 침입하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다"며 "살지도 않는 집으로 자랑하는 사례가 확산하지 않도록 주거침입 등으로 고발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2030세대 청년 사이에서 과시와 선망의 대상이 됐다. 많은 청년들이 집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집값이 치솟으면서 현실적으로 구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청년 삶 실태조사'에 만 19~34세 청년의 91.3%는 자가주택 소유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청년이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절반 넘는 청년은 부모 집에 얹혀살고 있다. 독립했더라도 대부분은 대학가 원룸 수준의 집에서 전·월세로 거주하고 있다.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57.5%는 부모 집에 얹혀산다고 답했다. 독립했다는 응답은 42.5%였다.
범위를 수도권으로 좁히면 10명 중 6명은 부모에 얹혀 사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집값 부담이 덜한 비수도권의 경우 부모와 동거하는 경우가 55.0%로 집계됐지만, 집값이 비싼 수도권에서는 59.7%가 부모와 함께 살았다.
주거 점유 형태를 살펴보면 부모 집을 포함한 자가 주택에 사는 비중이 55.8%, 전·월세가 41.6%였다. 이어 무상거주 2.0%, 사글세 또는 연세가 0.6%였다. 부모 집에 얹혀 사는 경우가 57.5%인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자가 주택을 마련해 독립한 청년은 극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사진이나 찍으렵니다"
2030에게 과시와 동경의 대상 된 서울 아파트
남의 집 사진 올려 갈등 빚기도
월 평균 252만원 버는 20·30 청년들,
부모 집 얹혀 살거나 전·월세 거주
평균 '9.7억' 서울 아파트는 하늘의 별따기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20년째 중개업을 하는 최모씨는 최근 이상한 경험을 했다. 20대로 보이는 평범한 옷차림의 젊은 커플이 신혼집을 사겠다며 방문했는데, 지역 내 고가 아파트 단지 매물만 보겠다고 고집을 부린 것이다.
최씨는 "정확한 예산을 알려주면 적당한 매물을 소개해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무조건 비싼 집만 보겠다는 이들의 성화에 결국 보유한 매물 중 비어있는 집으로 안내했다. 이들 커플은 집의 상태를 확인하고 하자를 점검하기보단 셀카와 거실·창가 전경 등의 사진만 찍고 돌아갔다. 최씨는 혹시나 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이들 커플이 연락받는 일은 없었다.
최씨가 이러한 경험담을 털어놓자 개업중개사인 그의 지인들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젊은 손님 중에 집을 보겠다며 찾아와서는 지역 내 비싼 집의 사진만 찍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남의 집 사진 찍어 자랑까지…하늘의 별 따기 된 서울 아파트 구입
최씨는 "젊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즐겨 한다는데, 그렇게 사진을 찍어 올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며 "옛날 사람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라고 말했다.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무단 방문자에 대한 고소를 검토하고 있다. 중고 거래를 가장해 아파트 단지에 무단으로 들어와 단지 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가 하면, 헬스장, 카페 등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 시설까지 침범하려는 사례가 적지 않았던 탓이다.
그렇게 찍힌 사진들은 단지명 해시태그와 함께 '집 보러 왔다', '퇴근 후 단지 산책', '홧김에 샀다' 등의 글이 붙어 온라인상에 공유됐다. 댓글에는 부러움을 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중고품 거래를 가장해 단지에 침입하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다"며 "살지도 않는 집으로 자랑하는 사례가 확산하지 않도록 주거침입 등으로 고발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가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2030세대 청년 사이에서 과시와 선망의 대상이 됐다. 많은 청년들이 집을 가지고 싶어 하지만, 집값이 치솟으면서 현실적으로 구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청년 삶 실태조사'에 만 19~34세 청년의 91.3%는 자가주택 소유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청년이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절반 넘는 청년은 부모 집에 얹혀살고 있다. 독립했더라도 대부분은 대학가 원룸 수준의 집에서 전·월세로 거주하고 있다.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57.5%는 부모 집에 얹혀산다고 답했다. 독립했다는 응답은 42.5%였다.
범위를 수도권으로 좁히면 10명 중 6명은 부모에 얹혀 사는 캥거루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집값 부담이 덜한 비수도권의 경우 부모와 동거하는 경우가 55.0%로 집계됐지만, 집값이 비싼 수도권에서는 59.7%가 부모와 함께 살았다.
주거 점유 형태를 살펴보면 부모 집을 포함한 자가 주택에 사는 비중이 55.8%, 전·월세가 41.6%였다. 이어 무상거주 2.0%, 사글세 또는 연세가 0.6%였다. 부모 집에 얹혀 사는 경우가 57.5%인 점을 감안하면 스스로 자가 주택을 마련해 독립한 청년은 극소수에 불과한 셈이다.
청년 평균 수입 252만원인데…서울 아파트 평균가는 9억7512만원
청년들이 독립하지 못하는 이유는 집값에 있다. 조사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청년 가운데 67.7%는 아직 독립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56.6%로 가장 많았다.독립한 청년들의 거주 환경도 대학가 원룸 수준을 쉽사리 벗어나지 못한다. 조사에서 청년들이 사는 전셋집은 평균 보증금이 2억1073만원, 중위값은 1억70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의 경우 평균 보증금 2945만원, 평균 월세 38만원이었고, 중위값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35만원이었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는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원룸(전용 33㎡ 이하) 평균 보증금을 1000만원, 평균 월세는 57만4000원으로 집계했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대학가 원룸보다 싼 집에 거주하는 셈이다.
그 이유는 소득에서 엿볼 수 있다. 청년 삶 실태조사에서 청년 취업자의 평균 수입은 월 252만원(세전)으로 집계됐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자로 집계된 20대 대학생을 제외하기 위해 조사 대상을 만 30~34세로 추려도 월 평균 수입은 303만원에 그쳤다.
303만원에서 세금을 제하고 실제 수령하는 액수는 약 268만원이다. 생활비까지 감안하면 1년에 1000만원 모으기도 어려운 청년들에게 서울 아파트 구입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9억7512만원이었다. 만 30~34세 청년 평균 수입으로는 30년 넘게 숨만 쉬며 모아야 하는 액수다.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좋은 아파트'로 대상을 추리면 가격은 더 비싸진다. KB부동산이 집계한 2월 서울 아파트 상위 20% 평균 매매가는 24억6381만원이었다. 30대 청년들의 급여가 향후 더 오르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액수다.
이렇다 보니 2030세대 매수비중도 낮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집값 상승기였던 2021년 7월 44.8%까지 치솟았던 2030세대의 서울 아파트 매수 비중은 지난해 12월 35.3%까지 줄었다.
새 집을 분양받기도 만만치 않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월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3.3㎡당 3707만원이었다. 1년 전 3063만원과 비교해 21.03% 올랐다. 전용 84㎡(공급 115㎡)를 분양받으려면 12억9183만원이 필요한 셈이다. 발코니 확장 등의 옵션 비용을 감안하면 집값의 80%를 대출받더라도 3억원 내외의 여유자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2030세대 청년층에 청약 무용론이 고개를 들면서 청약통장 가입자도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 1월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56만1376명에 그치면서 지난해 12월보다 5만2146명 감소했다. 전고점이던 2022년 6월과 비교하면 146만3946명이나 줄었는데,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부동산정보 플랫폼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가 2030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9.3%는 주택청약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청약 통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도 그 이유로 '당첨 후에도 고분양가로 입주가 어렵다'(24.7%)는 응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한경닷컴은 심층기획 2편 '2030 신부동산공식'을 총 6회에 걸쳐 게재합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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