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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아이템 된 헤드폰 인기
경기 수원에서 서울 을지로까지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박모 씨는 지난해 노이즈 캔슬링(외부 소음 제거) 기능이 있는 헤드폰을 구입해 요긴하게 쓰고 있다. 매일 왕복 3시간가량 출퇴근길에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껏 즐긴다고 했다.
박 씨는 "헤드폰은 (디자인이) 부담스러워 이어폰을 사용했는데 거리에서 (헤드폰을) 쓰는 사람이 늘어나 시도해보니 만족스럽다"며 "겨울 휴가 때 비행기 안에서도 소음 부담이 줄어 편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전반에 '레트로(복고) 열풍'이 이어지면서 헤드폰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뉴진스 등 멤버가 착용하는가 하면 천만 영화 '파묘' 속 봉길(이도현 분)이 쓰는 등 힙스터 패션 아이템으로 각인됐다.
사진=뉴진스 인스타그램 캡쳐
9일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헤드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판매 증가율 7%)의 6배에 달했다.
지난해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의 음향기기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대비 80% 급증했고 올해 들어서도 1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특히 지난해 헤드폰 매출 비중이 높은 소니의 경우 거래액이 160% 뛴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헤드폰 시장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헤드폰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3% 증가한 494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7.1% 증가했다.
사진=뉴스1
업계에 따르면 특히 MZ(밀레니얼+Z)세대 소비자 중 헤드폰 수요가 늘어난 게 주효했다.
소니코리아는 15~24세의 프리미엄 무선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구매 비중이 2019년 7%에서 2023년 31%로 4년새 약 4배 수준으로 뛰었다.
소니코리아가 공개한 시장조사기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30만원 이상 무선 헤드폰 판매 금액 기준 점유율은 소니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4년 가수 아이유를 오디오 부문 모델로 기용해 이후 꾸준히 자사 헤드폰을 홍보한 바 있다.
사진=한경 DB
이후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속에서 이른바 '헤드폰 패션'이 노출되면서 MZ 세대 소비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일례로 2022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박은빈 분)가 소음 민감도를 낮추기 위해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착용한 점도 시청자들에게 헤드폰의 유용함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Y2K(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트렌드가 이어지며 헤드폰이 패션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며 "작년 초 무선 헤드폰이 급부상하며 소니, 브리츠 등 고단가 브랜드 상품 위주로 고객 수요가 있었고 이제는 헤드폰을 일상 패션아이템처럼 착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 중·저단가 브랜드 상품까지 선택폭이 넓어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