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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후(맨 오른쪽)가 31일(한국시간) 자신의 첫 홈런공을 잡은 팬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해당 가족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김하성의 팬이라고 밝혔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SNS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31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SNS에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첫 홈런 소식을 한글로 알렸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스타성인지, 김하성(29·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위엄인지 모르겠다. 메이저리그 데뷔 3경기 만에 첫 홈런을 쏘아 올린 이정후가 또 하나의 특별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이정후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펼쳐진 샌디에이고와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서 1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3경기 연속 안타를 이어가면서 이정후의 시즌 성적은 타율 0.333(12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 1득점, 출루율 0.286 장타율 0.583, OPS 0.869이 됐다.

     

    전날(30일) 메이저리그 데뷔 첫 적시타와 멀티히트를 해냈던 이정후는 이틀 연속 샌프란시스코의 승리를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는 만루홈런을 친 마이클 콘포토와 선발 투수 요르단 힉스의 5이닝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호투로 샌디에이고에 9-6으로 승리, 시즌 첫 위닝 시리즈를 달성했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팬들이 가장 주목한 건 이정후의 데뷔 첫 홈런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23억 원) 계약을 체결한 이정후는 많은 기대를 받았다. 시범경기부터 13경기 타율 0.343(35타수 12안타), OPS 0.911로 기대감을 높이더니 개막전 첫 안타와 첫 타점, 두 번째 경기 첫 적시타와 멀티히트에 이어 세 번째 경기에서는 마수걸이 포를 쏘아 올려 팬들을 기쁘게 했다.

     

    때는 샌프란시스코가 3-1로 앞선 8회 초였다. 이정후는 선두타자로서 좌완 톰 코스그로브와 마주했다. 코스그로브는 지난해 54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1.75를 기록한 샌디에이고 필승조 투수. 상성상으로도 이정후에게 불리한 맞대결이었지만, 이정후의 방망이가 더 뜨거웠다.

     

    이정후는 몸쪽 깊게 들어오는 싱커(시속 146.9㎞)와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스위퍼(시속 124.2㎞)를 가만히 지켜봤다. 코스그로브는 다시 한번 몸쪽으로 스위퍼(시속 125.2㎞)를 찔러넣었고, 이정후는 비슷한 높이로 들어오는 이 공을 놓치지 않았다. 힘껏 휘두르는 방망이에 맞은 공은 펫코 파크 우측 담장을 크게 넘어가는 비거리 406피트(약 123.7m)의 홈런이 됐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발사각도 32도에 타구 속도 시속 104.4마일(약 168㎞)로 메이저리그 30개 구장 모두에서 넘어가는 홈런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펼쳐진 샌디에이고와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 8회초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펼쳐진 샌디에이고와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 8회초 홈런을 치고 가족들이 있는 관중석을 향해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이 홈런에 경기를 보러 온 아버지 이종범을 비롯해 가족들이 중계화면에도 잡혔다. 현지 해설진은 이정후의 별명 '바람의 손자'를 직접 언급하면서 아버지 이종범의 약력과 별명까지 간단하게 소개하는 등 이번 홈런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정후의 스타성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경기에서 홈런을 친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경기 직후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공식 SNS에는 이정후와 그의 첫 홈런공을 잡은 샌디에이고 팬 가족들의 기념사진이 올라왔는데 그 사연이 놀라웠다.

     

    알고 보니 그 가족들이 김하성의 팬이었던 것. 미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 사연을 주목했다.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정후는 (맥주 샤워를 하고) 20분 가까이 인터뷰하느라 머리카락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그는 자신의 사인이 담긴 야구공 3개와 모자 한 개를 (첫 홈런) 기념구와 교환하기 위해 복도로 나왔다"며 "공을 잡은 가족은 스스로 김하성을 가장 좋아하는 샌디에이고 팬이라고 말해, 김하성을 절친한 친구로 여기는 이정후에게 이날 밤은 더욱 특별했다"고 설명했다. 이 말에 이정후도 기뻐했다는 후문. 이정후는 자신의 홈런공을 주운 팬들이 김하성의 팬이라고 말하자, 통역을 통해 "(김)하성이 형에게 꼭 말할게요"라고 미소 지었다.

     

    이정후는 과거에도 홈런으로 특별한 에피소드를 만들어 스타성을 보인 바 있다.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시절인 2022년 6월 15일 이정후는 고척 두산 베어스전 8회 말 1사 1루에서 정철원을 상대로 비거리 125m의 중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타구가 향한 곳이 많은 화제가 됐다. 이 홈런 타구는 경기 작부터 '이정후 여기로 공 날려줘'라는 문구가 담긴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키움 팬들이 있는 곳에 사뿐히 안착했다. 마치 의도한 듯 공이 팬의 다리와 의자 사이로 안전하게 전달돼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로켓 배송'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 경기 후 KBO리그에는 한동안 스케치북 열풍이 불어 전국 어느 KBO리그 구장에서나 자신들의 소망을 담은 스케치북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펼쳐진 샌디에이고와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 8회초 홈런을 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왼쪽)가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펼쳐진 샌디에이고와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 8회초 홈런을 치고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이정후의 스타성을 보여주는 장면임과 동시에 김하성의 스타성과 위엄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이기도 하다. 2021년 샌디에이고에 입단한 김하성은 2022년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드는 등 차츰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해에는 2루수로 이동해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마침내 유틸리티 부문 내셔널리그 골드글러브를 차지했다. 이는 한국인 최초, 아시아 메이저리거 내야수 역대 첫 골드글러브 수상이었다.
     

    넓은 범위의 빼어난 수비와 저돌적인 주루로 샌디에이고 현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내 '어썸 킴(Awesome Kim)'이라는 애칭이 생겼다. 그래서 펫코 파크에 있는 샌디에이고 팬이 김하성을 좋아하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두 사람의 서사에 현지 언론도 관심을 가졌다. 경기 후 이정후는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나와 (김)하성이 형은 앞으로 KBO리그에서 올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서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를 실은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는 "이정후가 미국으로 건너오기로 결정했을 때 그는 김하성이 (이정후 자신이) 그렇게 큰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고 이야기했다. 홈런을 친 후에도 이정후는 앞으로 재능 있는 KBO리그 선수들이 더 많이 메이저리그에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도 샌디에이고의 5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은 4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쳐 3경기 연속 안타에 실패했다. 이로써 김하성의 시즌 성적은 타율 0.167(18타수 3안타)가 됐다.

     

    김하성이 침묵하는 사이 이정후는 결정적인 타점과 홈런으로 샌프란시스코의 승리를 이끌었다. 1회 초와 3회 초 모두 선두타자로 나서 김하성에게 땅볼 처리된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가 2-0으로 앞선 5회 초 희생플라이 1타점을 올렸다. 1사 2, 3루에서 샌디에이고 선발 딜런 시즈의 직구를 우익수 폴대 근처까지 보내 3루 주자를 들어오게 했다.

     

    8회초 홈런은 샌프란시스코의 6득점 빅이닝의 시발점이 됐다. 이정후의 마수걸이로 이후 호르헤 솔레어가 안타, 오스틴 슬래터가 볼넷, 맷 채프먼이 안타를 때려 만루가 만들어졌다. 윌머 플로레스가 1타점 적시타를 쳐냈고 콘포토가 우중월 만루홈런을 때려내면서 9-1을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는 9회말 샌디에이고에 대량 실점을 허용했으나, 8회 벌어놓은 점수로 간신히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3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에서 펼쳐진 샌디에이고와 2024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 8회초 홈런을 치고 축하받고 있다.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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