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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월배당 ETF 광풍…MZ 재테크 필수템으로
1년반 새 10배…'月배당 ETF' 폭풍성장
단타 대신 안정적 현금
'제2의 월급'에 꽂힌 청년들
순자산 11조3560억원
올해만 7조원 이상 몰려
상품 수 19→67개
커버드콜 등 투자전략 다양
젊은 층이 중장년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배당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암호화폐나 테마주 등의 단타 매매 대신 매월 또박또박 분배금을 받는 월 배당형 상장지수펀드(EFF)에 2040세대의 자금이 몰리며 관련 상품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월 배당형 ETF의 순자산 규모는 11조3560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 1조1692억원에서 1년 반 사이 열 배가량으로 불어났다. 올해만 7조3231억원 급증했다. 상품 수도 2022년 말 19개에서 현재 67개로 늘었다.
월 배당 ETF는 당초 연금 생활자 등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필요한 중장년 투자자를 위해 설계한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통념을 깨고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경제적 자유를 얻어 조기 은퇴한다’는 이른바 파이어족 바람이 불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월 분배금을 통한 용돈벌이 사례를 SNS 등을 통해 공유하는 투자자가 급증했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를 통해 국내 월 배당형 ETF를 보유한 투자자 중 71.7%가 40대 이하로 나타났다.
월 배당형 ETF가 인기를 끌자 자산운용사는 고배당 주식을 편입하는 단순한 구조의 상품에서 벗어나 커버드콜, 리츠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담은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JEPI’ ‘JEPQ’등 미국의 대표 커버드콜 ETF도 서학개미(미국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재테크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박수민 신한자산운용 ETF상품전략팀장은 “시세 차익보다 현금 창출과 배당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배당형 ETF의 전략과 기초자산이 다양해지면서 부동산 월세, 배당주, 적금 등을 대체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따박따박 월배당 ETF로 파이어족 될래…투자자 70%가 40대 이하
'월세의 왕' 아닌 '월배당의 왕'…순매수 상위 10개중 5개 배당형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씨(38)의 꿈은 ‘월세를 통한 경제적 자유’다. 오피스텔, 상가 등을 매입해 은퇴 후 꼬박꼬박 월세를 받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가에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본 선배를 보고 마음이 달라졌다.
아파트를 여러 채 보유하자니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 세금폭탄이 부담이다. 그는 올해 초 월 배당 상장지수펀드(ETF)로 눈을 돌렸다. ‘KODEX 테슬라 인컴 프리미엄 채권혼합 액티브 ETF’ 에 1억원을 투자해 매달 약 100만원의 배당금을 받고 있다.
투자금을 계속 늘려 월급 수준의 돈을 받는 게 목표다. 그는 “넉넉한 현금흐름을 만들어 직장에 얽매인 삶에서 벗어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월 배당 ETF에 꽂힌 MZ세대
젊은 층 사이에서 월 배당 ETF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21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 5곳의 월 배당 ETF(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투자자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국내 상장 월 배당 ETF를 보유한 60만5575명 중 40대 이하의 비중이 71.7%(43만4132명)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40대(28.8%), 30대(24.8%), 50대(22.2%), 20대 이하(18.1%) 순이었다. 60대 이상은 6.1%에 불과했다. 이들 증권사를 통해 미국에 상장된 월 배당 ETF를 매수한 서학개미도 40대 이하가 74.1%였다. 월 배당 ETF 투자자 중 40대 이하의 비중이 4분의 3에 달하는 셈이다. 배당형 상품은 주로 은퇴를 앞둔 50~60대가 선호한다는 통념을 뒤집는 내용이다.
최근 유튜브 주식투자카페 등 젊은 투자자가 많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커버드콜 ETF 등 월 배당형 상품이 주요 화두다. 한 20대 투자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2차전지주처럼 단기 급등하는 주식에 관심이 컸는데 최근엔 꾸준한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배당주와 배당 ETF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에 출시된 ETF 중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을 보면 절반이 배당형 ETF다. 미국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커지는 동안에도 개인들은 나스닥지수 등을 추종하는 ETF나 채권 ETF보다 배당형 상품을 더 많이 사들였다.
성장, 배당 ‘두 마리 토끼’ 한 번에
증권가에선 젊은 층의 월 배당 ETF 투자 열기가 높아진 배경을 안정적인 현금흐름 선호에서 찾고 있다. 조기 은퇴나 파이어족 등의 키워드가 떠오르고, 투자 수입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적 트렌드가 투자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중장년층은 회사의 월급을 전부로 믿고 살아왔지만 요즘 젊은 층은 회사에 자기 삶을 모두 맡기지 않는다”며 “제2의 월급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자 하는 성향이 월 배당 상품 투자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매달 일정하고 예측 가능한 현금이 들어온다는 것은 투자에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며 “해당 ETF의 시장 가격이 내려가도 버틸 수 있는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월 배당 ETF의 기초자산과 전략이 다양하고 정교해진 점도 젊은 층의 마음을 돌렸다. 올해 출시된 미국 나스닥시장이나 빅테크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커버드콜 ETF는 대부분 ‘조기 완판’됐다.
지난 1월 출시된 ‘TIGER 미국테크TOP10+10%프리미엄’ ETF는 6개월 수익률이 30.54%에 달한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부문 대표는 “매달 배당금을 받고 시세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ETF가 늘어나면서 성장주 위주로 투자하는 젊은 층이 빠른 속도로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월 배당 ETF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국내 구글 이용자의 ‘월 배당’ 키워드 관심도(검색이 가장 많은 키워드를 100으로 놓고 산출한 상대 수치)는 지난해 53주 중 46주 동안 50 이하였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20일까지 28주 중 23주 동안 50을 넘었다. 최근 20주간 평균 수치를 보면 관심도가 1월 7~13일 39.8에서 이달 14~20일 72.3으로 뛰어 상승 추세가 뚜렷하다.
양병훈/최만수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