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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제7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의 면담 이후 전공의들이 '자가당착'(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맞지 않는 일)에 빠졌단 분석이 나온다. 사직은 자유의사로, 복귀는 단체 투표로 결정하는 등 모순된 의사결정 형태가 전공의들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의 내부 균열은 이들이 자발적 사직을 주장하고 병원을 떠났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과 박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으로 사분오열된 전공의 의견 수렴 구조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독단적인 의사 결정을 이유로 박 위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성명서까지 나도는 등 갈등이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의대 교수 단체들이 전공의를 포함해 의료계 통일안 구축에 나서면서 전공의의 숨통을 트여주고 있다. 정부도 의료계 단일화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어 총선 이후 '의료공백' 사태 해결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대협은 지난 2월 12일 회장을 제외한 지도부가 총사퇴한 후 같은 달 20일부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됐다. 현재는 박단 비대위원장을 필두로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11명의 비대위원이 주요 의사를 결정하고 있다. 지난 4일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면담도 비대위의 회의를 통해 확정됐다. 박 비대위원장은 면담 당일 대의원들에게 "대전협 비대위 내에서 충분한 시간 회의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라고 내부 공지를 남겼다.

     

    사진= 전공의 내부 공지 캡처.


    그러나 면담 이후 지금까지도 박 비대위원장과 대통령과의 면담을 두고 전공의 내부에 잡음이 인다. 일부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 박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반면, 이번 면담을 "독단적 밀실 결정에 이은 밀실 만남"이라 규정하며 실명으로 비판한 전공의도 있다.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면담 직후 낸 성명서에 "젊은 의사들 다수의 여론은 의대 증원 등에 정부가 '신뢰할 만한 조치'를 보이지 않으면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연이어 박 비대위원장의 탄핵에 동의해달라는 성명서가 전공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등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전공의들의 분열은 애초 '자발적 사직'을 천명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사직 움직임이 일자 선제적으로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전공의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전공의들은 '자유의사' '개인의 선택'이란 표현을 쓰며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정부 제재를 피해 우회적으로 파업하는 자발적 사직을 진행했다. 대전협 비대위도 행정·사법 제제 등을 의식해 자신들이 집단행동의 주체가 아니라는 점을 직·간접적으로 강조해왔다.

     

    그런 와중에 전대협 비대위가 '대표자'를 자처하며 대통령을 만난 것이 화를 부른 것이다. 면담 당일 전대협 비대위는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 전공의협의회가 결정한) 요구안에서 벗어나는 밀실 합의는 없다"며 "최종 결정은 전체 투표로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얼마나 전공의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협상 주체로서 대표성마저 의견이 갈리는 데다, 전공의 요구를 정부가 모두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 어느 정도 '협의'가 이뤄질 경우 내부 반발이 되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다수결로 병원 복귀와 같은 주요 의제를 결정해도 '자발적으로 사직'한 전공의들이 예상만큼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의대 정원 증원 등 의료개혁과 관련 대국민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대통령실 제공)


    이런 가운데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제7차 총회 이후 브리핑을 열어 의협을 중심으로 한 의사단체의 단일화 추진 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일 대국민 담화에서 "의료계가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통일된 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의대 정원에 '조건부 협상'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해 의료계 통일안 제시를 위한 '총대'를 맨 것으로 풀이된다.

     

    김성근 의협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총선 이후 대전협, 전국의대교수단체협의회(전의교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과 합동 기자회견을 연다"며 "의대 증원 문제에 있어 중심에 의협이 있고 나머지 여러 단체가 힘을 합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천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사진=[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사직서 제출과 주 52시간 단축 진료 등으로 전공의들을 '후방 지원'하는 의대 교수들도 전공의를 구제하기 위해 전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정부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의대 교수들이 각각 구성한 전의교협과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를 하나로 규합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진행 서울대의대 비대위 자문위원(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6일 SNS를 통해 "교수들이 단합해서 우리 학생, 전공의를 지켜내자"면서 "전의교협이나 비대위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교수들 조직만이라도 단일대오로 뭉쳐야 한다"는 글을 올려 교수들의 행동을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의료계 단일화'가 8주차에 접어드는 의료공백 사태 해결로 이어지길 희망하는 모습이다. 의정(醫政) 갈등의 핵심 쟁점인 의대증원에 대해서도 의료계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할 경우 1년 유예 등 추가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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