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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밤 15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시청역 차량 돌진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원인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급발진일 가능성은 적다”고 입을 모았다.
2일 사고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과 목격자들의 증언 등에 따르면 가해 운전자 A씨(68)의 제네시스 차량은 지난 1일 밤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와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를 역주행했다.
뉴시스가 공개한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해당 차량은 다른 2대의 차량을 친 뒤 사망자들이 있던 서울 지하철 시청역 12번 출구 인근으로 꺾어 돌진했다.
연합뉴스TV가 공개한 영상에는 A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다른 차량과 사망자들과 충돌한 뒤 교차로를 넘어가서 스스로 멈추는 듯한 모습도 담겼다. 경찰은 이날 “급발진이라는 근거는 현재까지는 피의자 진술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통상의 ‘급발진’ 사례와는 다르다고 봤다. 사고 차량이 충돌 이후 스스로 멈춘 부분이 급발진 사례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한국의 급발진 사고 사례를 많이 봤지만, 이번처럼 차량이 정지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급발진을 겪는 운전자들이 사람을 치는 것을 피하려고 하는 모습도 영상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동차급발진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차량 진행이 5~6초 만에 짧게 끝나는 경우는 급발진이라고 판단하는데 유보적”이라며 “급발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차가 멈출 때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여 운전자에게 불리한 부분이 많다”고 봤다.
‘급발진’보다는 운전자 개인의 상태가 문제였을 수 있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사고가 생기면 머릿속이 하얗게 돼서 기억이 안 나면서 급발진을 핑계로 대는 사람이 많다”며 “운전자의 심신에 순간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염 교수도 “운전자와 동승자가 싸우고 나서 차량 돌진 사고가 발생했던 전례도 있어서 동승자와 갈등이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 조사에서 밝혀져야 할 내용도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차량 후면등이 깜빡였는지, 쭉 켜져 있었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며 “깜빡였다면 긴급제동장치가 작동했으나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해 계속 밟아서 앞으로 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만간 사고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식 조사를 할 방침이다.
이 교수는 “시속 8㎞ 이상의 속도 차이가 순간적으로 발생하게 되면 자동차 내 사고기록장치(EDR)에 가속 페달을 밟았는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핸들을 좌우로 얼마나 꺾었는지 등이 기록된다”며 “조사는 최소 1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