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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조간신문, 여권 참패에 일제히 대통령실-한동훈 리더십 비판...정부 국정기조 전환 요구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후 국회도서관 개표상황실에서 22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국민의힘tv 영상 갈무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 민주당 단독 과반에 범야권 180석이 예상된다. 정권심판이라는 민심을 확인하면서 정부 여당의 기조가 바뀔지 주목된다.
11일자 아침신문은 여권의 참패에 성난 민심을 확인한 결과를 전하면서 미묘하게 보도가 갈렸다. 조선일보 1면 제목은 <범야 기록적 대승, 국민의힘 참패>였는데 중앙일보는 <여당 압승...민심은 여당에 매서웠다>, 동아일보 <'불통정권 심판' 與 최악 참패...범야권 180석>이었다. 제목으로만 보면 동아일보가 가장 매섭게 질타한 모양새이고, 조선일보는 덤덤하게 결과 내용만 전달한 식이다.
동아 “정부에 대한 불신 커져”
동아일보는 11일 오전 3시 58분 기준(93.36%)으로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이 얻는 비례 의석을 합치면 범야권 의석은 187석으로 예상된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과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이 얻었던 183석보다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집권 3년 차에 치러진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여당이 이런 격차로 참패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정책 및 입법 주도권도 거야(巨野)가 쥐고 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라며 대통령실이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여권 참패 요인과 관련해선 “윤 대통령의 권위주의적 리더십과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오기와 독선에 따른 불통 논란에 중도층이 등을 돌린 것”이라고 지적하고 “고물가 속 민생고가 가중되고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는데도 정부가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져 야권의 정권심판론 바람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국정기조 전환과 인적개편, 특히 총선 참패 요인을 놓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서로 책임을 미루면서 충돌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 동아일보 1면.
조선 “국민의힘에서 이탈표 10표만 나와도”
조선일보는 “사상 최대 격차의 여소야대(與小野大)로 나타난 총선 결과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민심의 엄중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전반 2년뿐 아니라 남은 3년도 거야(巨野)와 함께해야 하는 만큼 국정 운영 스타일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전망했다.
조선일보 2면 <용산은 불통, 여당은 전략 부재… 보수 지지층도 등 돌렸다>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지적한 것도 주목된다. 이 신문은 “작년 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등판할 때부터 상당수 의원은 '야당과 말싸움하며 존재감을 키운 한 위원장의 캐릭터상 중도 외연 확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 1월 '윤·한 갈등' 이후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적극적인 차별화에 나서지 못했다는 평가다. 현역 의원들을 대거 그대로 공천하면서 인물 구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여권의 전략 실패라고 했지만 사실상 한동훈 위원장의 경쟁력과 리더십에 의문을 제기한 대목이다.
▲ 조선일보 2면
조선일보는 이조(이재명 조국) 심판론 전략에 대해서도 “집권 여당으로서 비전 제시나 정책 프리미엄을 내놓지 않은 것은 중대 패인”이라며 “이러한 '집토끼 우선 전략'은 결국 지난 총선 수준의 수도권 참패와 함께 '미니 정당' 규모의 '도로 영남당' 성적표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선거 결과 예측을 놓고 줄곧 국민의힘 단독 과반을 예상했던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에서조차 정권 심판 행렬에 상당수 동참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지지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에서도 보수 진영의 표가 흔들렸다는 얘기다. 60대 이상 높은 투표율을 기대했던 여권 입장에선 정권심판 바람이 어디까지 불지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3면 <범야 190석 안팎… 與서 이탈표 나오면 대통령 거부권도 무력화>에선 조선일보의 위기감이 묻어난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22대 총선에서 190석 안팎의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민주당은 현 정권 내내 사실상 모든 입법 권력을 독점하게 됐다. 여기다 여권 분열로 국민의힘에서 이탈표가 10표 이상 나올 경우엔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은 무력화되고, 개헌은 물론 대통령 탄핵도 가능해진다”고 했다.
이탈표라는 전제를 깔긴 했지만 심리적 저지선이 낮은 10여표라는 숫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이나 간호법 같은 경우는 여당 내에서도 '거부권 행사가 지나치다'라는 의견이 있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언제든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는 우회적인 암시다.
개헌도 가능하다고 거론하면서 친명 의원의 말을 전했다. 그는 “4년 중임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권한을 대폭 축소하며 검찰 등 권력기관 개편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동안 누구나 대선 때 공약했으나 여당이 되면 나 몰라라 했었는데 지금이야말로 개헌의 최적의 기회”라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도 언급했지만 “범야권 의석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면서 임기를 단축시키는 부칙을 삽입해 조기 대선을 치르는 방안에 대해선 “학계에선 헌법 개정 당시 현 대통령의 임기를 조정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반론도 많다”고 했다.
여권 참패 요인과 관련해 조선일보는 김 여사 리스크를 꼽기도 했다. 5면 <'김여사 리스크' 국민 눈높이 못 맞춘 대응… 與 전통 지지층 이탈>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작년 11월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이 불거진 뒤로도 두 달여간 침묵하는 등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대응을 하면서 중도층뿐 아니라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 이탈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중앙 “당장 바꿔라”
중앙일보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기조가 전면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야당과 만나면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의 제언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2면에서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을 비중있게 실었다. 어느 정도로 충격에 빠졌는지 모습이 예상되는 내용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참담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 핵심 참모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결국 민생 악화에 따른 정권 심판 심리가 작동했다는 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의 표심도 확실히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실 관계자가 “당장 여당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탈당 요구부터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는 대목은 의미가 적지 않다. 대통령 탈당이 여권에서 분출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대통령실에서 직접 탈당을 언급한 것은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는 뜻이다.
중앙일보는 “여당의 총선 참패로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당장 패배 책임론이 대통령실을 향할 가능성이 크다”며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문제,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과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발언 등으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슈 자체도 문제였지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대응이 논란을 더 키웠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했다.
▲ 중앙일보 3면
4면 <한동훈, 정계 입문 111일 만에 '최악 성적표'…미래 불확실>에선 여권 관계자의 말을 빌려 한동훈 위원장의 '능력'이 의심된다는 내용까지 꺼내들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선거 전략, 메시지, 정책이 전무했다. 전통적 지지층의 안간힘으로만 버틴 선거”라며 “처음에는 '한동훈 효과'를 기대했지만, 결국 한동훈 아닌 누가 했어도 이 정도는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후보는 “막판에 한 위원장이 지역구에 한 번 더 온다고 하길래 완곡히 거절했다. 유세차 위에서 마이크를 또 잡아봤자…”라고도 말했다.
중앙일보는 “'후보는 없고, 비대위원장만 있는 선거'라는 후보들의 볼멘소리가 이날 비극의 암시였다”며 “한 위원장이 릴레이 셀카 등으로 스타 효과를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주목도를 독식해 정작 지역구 후보 득표에는 실질적 도움이 크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윤 대통령 오만과 불통 리더십 때문” 직격탄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사설 제목은 <참패한 집권여당, 협치·소통으로 국정기조 전면 혁신하라>이다. 중앙은 “총선 결과는 국정 기조의 전면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수직적 당정 관계나 야당과 대결로 일관해 온 지금까지의 방식 대신 소통과 대화, 공감 능력을 발휘해 협치에 나서야 한다”며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여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그런 만큼 먼저 대통령이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국정에 반영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오만 불통 尹 민심이 심판, 남은 3년 국정 어떻게 되나>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매섭게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심판론이 선거판을 흔든 것은 여권의 큰 정책 잘못이나 권력형 비리 때문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윤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 리더십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논란은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후속 조치를 했다면 이렇게 커질 일이 아니었다.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특검도 총선 후 실시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아무 조치 없이 사과도 않은 채 끝까지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 호주 대사 임명 및 출국과 기자 회칼 테러 사건 발언 논란을 일으킨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문제에 대해서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고집부리다 수렁에 빠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언론과 기자회견도 없었다. 불통의 제왕적 대통령이 되지 않겠다고 했지만 민심에 고집스럽게 역행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 임기는 3년이나 남았다. 나라의 명운이 걸린 각종 개혁 과제를 추진해야 하지만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며 “국민을 직접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이런 사면초가 상황에서 어떻게 국정을 해나갈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여권은 개헌·대통령 탄핵 저지선을 가까스로 지켰지만 윤석열 대통령 조기 레임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레임덕을 언급했다. 경향은 한동훈 위원장에 대해서도 “50대 초반의 젊은 엘리트 여당 대표가 중도층·수도권·청년층 등에 호소력을 발휘해 '꼴보수 영남당' 이미지를 극복할 거란 기대와 정반대 결과가 나오면서 대선 주자로서 한 위원장의 확장성에 의문이 제기됨과 동시에 야당 심판에 치중한 총선 전략도 실패했다는 평가가 불가피해졌다”고 했다.
한겨레는 2면 <유권자에 '대파' 당한 윤 대통령…김건희 리스크부터 이종섭까지>에서 여권 참패 요인으로 고물가에 대한 대처 방식을 꼽았다. 고물가에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한단 합리적 가격 발언이 겹치면서 “대파는 심판론의 상징이 되다시피 했다”는 것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물가와 금리가 급격히 올랐음에도, 정부는 잡지 못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과 이 후보의 '대파 발언'까지 겹치면서 정권 심판론은 더욱 공고해졌다”고 말했다.
중도를 대표하는 한국일보는 사설 <민심은 정권을 무섭게 심판했다>에서 “유권자들이 보낸 메시지는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방식으로 나라를 운영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들어 국정운영의 과감한 방향 전환을 조속히 실천해야 한다. 불통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남은 3년은 심각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 대해선 “오만함을 경계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는 정부 여당의 실정에 따른 것이지 자신들이 잘했다고 오판해선 안 된다. 현 정부 임기 3년간 입법을 통한 국정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커진 만큼 동반책임을 진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조국혁신당 돌풍에 대해 “심각한 공천파동을 겪은 '이재명의 민주당'에 '교차투표'를 통한 '이중심판' 성격으로 해석할 여지를 남겼다. 정권을 응징하면서도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을 상당 부분 몰아줘 균형을 맞춘 점이 주목되기 때문”이라며 “비례대표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이야말로 정국의 핵으로 등장한 만큼 진중한 원내전략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