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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제작진이 말하는 ‘선재 열풍’
외사랑을 하는 조연에게서나 볼 수 있던 곧고 지고지순한 사랑이 여심을 흔들었다.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tvN)의 주인공 ‘선재’(변우석)가 지난달 28일 종영 이후에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촬영지 ‘순례’가 이어지고, 아내를 위해 선재 사진을 얼굴에 붙인 남편 모습도 소셜미디어에 올라온다. 변우석의 소셜미디어 팔로어는 2일 900만에 근접했다. 배우 변우석과 감독·작가를 만나 ‘왜 지금 선재인가’를 파헤쳤다.
◇선재 캐릭터는 작가의 도전이었다
원작 웹소설에서 뼈대를 가져와 새롭게 채운 작품이다. 선재는 고등학생 때부터 여자 주인공 ‘솔’(김혜윤)을 짝사랑했고, 언제나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며 희생하는 인물이다. 까칠하게 굴다가 마음을 깨닫는 보통의 로맨틱 코미디 주인공과 차이가 있다.
이시은 작가는 “사실 선재는 여자 주인공을 짝사랑하지만 선택받지 못하는 ‘서브(sub) 남주’ 특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지고지순한 선재 같은 애를 주인공으로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사랑받을 수 있을까’ ‘심심한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숙제였는데 이번에 도전한 것”이라고 했다.
변우석도 “선재는 좋아하는 마음이 빨리 벗겨진다. 덤벙대고 서툴게 일편단심 ‘네가 좋아’ 하는 모습이 차별점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결과는 순애보 캐릭터의 신선한 승리였다. 드라마 초반에 선재가 아무도 모르게 솔을 먼저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2040 여성 시청자 마음이 크게 설렜다.
왼쪽부터 ‘선재 업고 튀어’의 윤종호 감독·이시은 작가·김태엽 감독. /tvN
‘심심한 캐릭터’에 대한 우려는 선재의 매력이 해결했다.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 때문에 선재는 10·20·30대, 그리고 수영선수·가수·배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여러 배우를 거친 뒤 변우석에게 대본이 갔다. 처음 드라마 주인공을 맡아 16부작을 끌고 간 변우석은 여러 모습이 얹어지면서 질릴 새 없이 다채로웠다. 윤종호·김태엽 감독은 “많은 걸 보여줘야 하는 선재라는 역을 맡아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전부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변우석은 “상황별로 머리와 의상, 몸까지 신경 썼다”며 “제 인생작일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고 했다. 여자 주인공이었던 배우 김혜윤의 연기도 힘이 컸다. 변우석은 “솔이 주는 감정들이 정말 솔 같아서, 저는 그 감정만 받아도 선재가 됐던 것 같다. 그런 솔이 있어서 선재가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행복만 남긴 따스한 판타지
따스한 사랑의 판타지에 집중한 것도 ‘현생’에 지친 시청자에게 위안을 줬다. 이 작가는 “외부적인 요소가 방해할지라도 두 주인공 마음에는 엇갈림이 없으면 했다”며 “답답한 내용은 홀수 회차에 넣어 그 주에 빨리 해결되게 했다”고 말했다.
“두 주인공이 정말 행복하고 앞으로도 행복할 거라는 느낌으로 대본을 썼다”고 했다.
의도대로 서로 믿고 아끼는 ‘아름다운 마음’이 시청자에게 닿았다. 월·화요일에 방영돼 ‘월요병 치료제’라는 별명도 얻었다. 판타지가 ‘약’이 된 셈이다. 변우석은 “드라마가 우리에게 힘이 되는 부분은 소망하는 판타지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점 같다”고 했다. “그런 판타지가 아름답게 그려진 게 우리 드라마였던 것 같고, 그 점을 믿으면서 촬영했다”고 했다.
영화 ‘소울메이트’ ‘20세기 소녀’와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등에 출연했던 변우석은 이번 드라마로 큰 인지도를 얻게 됐다. 그는 “저 역시 ‘선재 앓이’ 중이라 선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게 정말 좋다”며 스스로를 “변선재”라 칭했다.
그는 “부족한 면을 꾸준히 보완하면 어느 순간 저를 좋아해 주시지 않을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왔다”며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연기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