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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임금 체계" 요구…28일 본교섭 진행
삼성전자가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두고 노동조합과의 불협화음을 겪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달 경기 화성 삼성전자 DSR 타워에서 창사 후 첫 쟁의행위를 연 데 이어 24일 강남 한복판에서 2차 쟁의에 나섰다. 특히 이날은 승려 복장으로 디제잉 공연을 펼쳐 화제를 모은 '뉴진스님' 등 연예인들이 참석하는 문화행사로 진행하며 조합원은 물론 시민들의 이목을 끌었다.
노조 쟁의도 문화행사로
전삼노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강남 삼성전자 사옥에서 '5.24 가자! 서초로!' 문화 행사를 열었다. 이날 참석한 2500여명의 조합원들은 '노동존중 실천하라, 노조탄압 중단하라' 구호를 거듭 외쳤다.
특히 전삼노는 최대한 많은 직원과 노조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문화행사 방식으로 쟁의행위를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팝밴드 공연을 열었고, 이번 행사에는 뉴진스님(개그맨 윤성호), 에일리, YB(윤도현밴드)가 무대에 올랐다. 행사는 조합원뿐 아니라 인근 시민의 호응까지 얻으며 성황리에 진행됐다.
2차 문화 행사에 초청된 뉴진스님이 무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이날 전삼노는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정현호 부회장과의 대화를 요청했다. 서초사옥 앞에서 쟁의행위를 벌인 것도 이 때문이다.
손우목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정현호 부회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섭과 교섭에서 이루어진 약속, 그리고 이재용 회장이 약속한 무노조 경영 폐기를 즉각 지키길 바란다"며 정현호 부회장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무작정 임금 올려달라는 것 아니다"
이와 함께 전삼노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EVA(경제적 부가가치·Economic Value Added)에서 영업이익으로 바꾸라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성과급 지급의 기준을 분명히 하라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OPI(초과성과이익금)는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로 규모가 가장 크다. 일 년에 한 차례 지급되는데도, 연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다. OPI는 소속 사업부 실적이 연초에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지급된다. 다만 이 초과이익은 세금과 각종 비용을 제외한 EVA에 따라 산정한다. 영업이익의 절대 숫자가 커도 비용을 많이 썼다면 EVA는 낮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24일 서울 강남 삼성서초사옥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차 쟁의행위를 열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이날 손 위원장은 "성과급 관련 EVA 기준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는 임금 몇 %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피땀 흘린 노동의 대가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경쟁사인 LG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기준으로 하고 있다"며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직원들에게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SK하이닉스 노조는 지난 2020년 연말 성과급 제도인 'PS(초과이익분배금)' 산정 기준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EVA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2021년 2월 EVA를 폐지하기로 협의하고 PS에 영업이익을 연동하기로 했다.
특히 이날 전삼노는 노조가 격려금 200%, 임금인상 6.5%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6.5%는 중앙노동위원회에 갔을 때 2차 조정 회의에서 나온 말이고, 3차에서는 사측에서 제안한 5.1%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해명했다.
24일 서울 강남 삼성서초사옥에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차 쟁의행위를 열었다./사진=백유진 기자 byj@
반도체 위기 계속되는데…
다만 이러한 노조의 행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올해도 반도체 사업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노조 행위를 지속하보다는 임직원들의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올 1분기 흑자로 돌아섰지만, 지난해 4개 분기 내내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DS 부문의 영업손실액은 △1분기 4조5800억원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4분기 2조1800억원으로 연간 적자 규모만 14조87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회복을 이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밀리며, 메모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삼성전자의 HBM이 발열과 전력 소비 문제로 아직 엔비디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이에 대해 이 부위원장은 "김기남 고문이 대표 시절 HBM 개발을 미루라고 해서 이 사달이 났는데, 정작 책임은 노동자가 지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회사를 잘 살려보려 노력하고 있는데 대신 정당한 보장만 해달라는 게 노동자 입장"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전삼노는 지난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3월에 교섭이 결렬됐다. 노사는 지난 21일 임금 실무교섭을 재개했고, 오는 28일 본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삼노는 28일 본교섭이 결렬될 경우 29일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