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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취지 벗어난 정치공세' 규정에…민주 "채해병 수사 제자리"
조국혁신 "도이치사건, 소환조사도 없어"…강대강 대치 예고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채해병·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특검의 본질과 취지에 맞지 않는 정치공세"로 규정하면서다. 야권은 "김 여사 관련 특검을 재발의하겠다"고 벼르며 채해병 특검 수용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특검을 둘러싼 여야 대치는 22대 국회로 고스란히 이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특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검은 일단 정해진 검찰, 경찰, 공수처 수사에 봐주기나 부실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란 논리다.
김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해서는 "수사를 할 만큼 해놓고 또 하자는건 특검의 본질이나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 정치공세지 진상을 가리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채해병 특검에 대해서도 "수사 경과와 결과를 보고도 국민들께서 납득이 안 된다면 그땐 제가 특검하자고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은 채해병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 수사 외압 여부나 김 여사 의혹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특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순직한 해병대원에 대한 특검법조차 이미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인 수사기관의 수사를 믿고 지켜보자는 말로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 논평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윤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와, 어제 어버이날을 기념해 가석방이 결정된 장모 최은순 씨를 제외한 공범들은 모두 처벌받았다"며 "두 분이 주가조작에 참여해 얻은 수익이 23억 원이라는 표현이 윤 대통령이 몸담았던 '검찰 의견서'에 명시돼있다"고 꼬집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 항소심이 끝나가는데도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소환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이삭 개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채해병 특검 등에 대해 전향적 입장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여전히 부족함을 알 수 있었다"고 혹평했다. 주 대변인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도피 의혹'에 휩싸이게 한 책임이 있다"며 "외압 의혹을 효율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특검인데,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검을 둘러싼 여야 간 입장차가 극명한 만큼 대통령실과 국회의 소통과 협치의 길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22대 국회가 시작도 전 '특검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갈 수 있다. 야권은 총선 승리 여세를 몰아 연일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대통령이 총선 직후 밝혔던 '국정 기조는 올바른 방향인데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란 입장과 다르지 않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텐데 야당의 특검법 요구 공세가 잦아들겠느냐"며 "총선 민심을 어느정도 수용할 것이란 국민들 기대에 못 미쳐 특검 지지여론이 높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관측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도 통화에서 "기자회견이 여야관계 급진전 혹은 회복 계기가 돼야 하는데 오히려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검에 대한 전향적 입장은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웠던 만큼 대통령이 '해명'이 아닌 구체적 '해법'으로 국회와의 협치 의지를 더 적극 표명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최 소장은 "채해병·김 여사 관련 수사에 대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만큼 강도높은 수사가 이뤄진다면 특검 요구 여론이 수그러들 수도 있을 것"며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와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5월말까지는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