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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욱(27)이 긴 다리를 양옆으로 ‘쫙’ 찢자 전세계가 놀라 입을 ‘쩍’ 벌렸다.
2024 파리올림픽 첫날인 27일(한국시각) 한국에 값진 첫 금메달을 안긴 펜싱 오상욱은 키 192㎝, 몸무게 94㎏로 유럽 선수들에 견줘 전혀 밀리지 않는 다부진 체격 조건을 갖췄다.
오상욱은 이날 파리 그랑 펠레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32강∼결승 내내 특유의 긴 다리를 이용한 과감한 런지 공격으로 상대를 무력화했다.
14-9로 금메달까지 단 한 점을 앞둔 결승 2라운드 막바지, 오상욱이 다리를 양쪽으로 넓게 벌리다 못해 180도 찢어 바닥에 사뿐 주저앉았다. 비디오 판독 끝에 상대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세계 13위)에게 먼저 공격 주도권이 있었던 것으로 판정돼 득점이 인정되진 않았지만, 막판 기선을 제압하기엔 충분했다.
오상욱은 이후 한 차례 추가 실점만을 허용하며 15-11로 승부를 매조졌다. 앞서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을 모두 제패했던 오상욱이 펜싱 종주국에서 열린 올림픽 개인전 무대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며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순간이었다.
오상욱이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펠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리를 상대로 공격을 펼치며 다리를 양 옆으로 크게 찢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결승전 뒤 외신들은 큰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 뛰어난 유연성을 갖춘 오상욱에 찬사를 쏟아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이에스피엔(espn)은 오상욱이 엉덩이가 바닥에 닿도록 다리를 찢은 모습을 포착한 사진 두 장에 “남자 사브르 금메달(결승) 결정전(bout)에서 나온 완벽한 다리찢기(FULL SPLIT)”라는 설명을 달아 28일 공식 페이스북에 올렸다.
경기를 가리킬 때 주로 쓰는 영어 단어 ‘match’ 대신 espn이 고른 ‘bout’의 발음이 엉덩이를 뜻하는 ‘butt’와 발음이 비슷한 데다, 다리찢기를 뜻하는 ‘split’이 ‘이혼, 이별’ 등을 의미하기도 해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누리꾼들은 “결정전(bout), 경기(match), 전투(battle) 등 뭐라고 부르건 간에 아주 즐거운 승부였다”, “오상욱이 (연인과) 이별하기로 마음먹는다면 그건 그의 선택이다, 이제 나도 (가정을 깨고) 나가겠다”, “오상욱이 태권도도 하는 게 분명하다”, “채식주의자가 아닐까?” 등 재치 있는 댓글로 호응했다.
오상욱이 27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펠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리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금메달에 입을 맞추고 있다. 파리/연합뉴스
오상욱은 펜싱 검을 처음 손에 쥔 중학교 때는 키가 160㎝로 작은 편에 속했다. 이에 기술적인 요소를 주로 연습하다가 고등학교 때 키가 190㎝까지 자라며 신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두 가지 스타일의 장점을 모두 갖춘 ‘펜싱 괴물’이 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오상욱은 경기 전 ‘에스비에스(SBS)’와 인터뷰에서 “중학생 때까지 키가 작았다가 192㎝까지 큰 게 배구 전 국가대표 김연경과 나의 공통점”이라고 언급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