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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1분기 합계출산율이 또다시 역대 최저(0.76명)로 떨어졌단 뉴스 보셨나요. 큰일이라고요? 아니면 이젠 놀랍지도 않다고요?

     

    저출산이 큰 화두인 건 한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거의 모든 나라에서 걱정거리로 떠올랐는데요. 도대체 우리 인류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전례 없는 이 현상이 의미하는 건 무엇일까요. 오늘은 저출산으로 축소하는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인류가 미지의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 대체출산율 아래로 떨어지는 저출산으로 세계 인구 붕괴가 임박했다. 게티이미지

     
    *이 기사는 5월 3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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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아기가 줄었다

     

    전 세계 204개국 중 2021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어디일까요. 문제가 너무 쉽죠. 네, 답은 한국입니다. 0.82명으로, 세계 합계출산율(2.23명)을 크게 밑돌았죠. 그리고 지난해 한국 출산율은 0.72명으로 더 떨어졌습니다.

     

    그럼 2050년, 2100년엔 어떨까요? 권위 있는 연구그룹인 글로벌질병부담연구(GBD)가 이달 18일 의학전문지 란셀에 발표한 보고서를 참고할 만한데요. 2050년까진 한국이 전 세계 꼴찌(0.82명)를 유지할 거고요. 
     
    2100년이 되면 부탄(0.69명)과 몰디브(0.77명), 푸에르토리코(0.81명)가 한국(0.82명)을 추월하는 바람에 꼴찌 탈출이 가능할 거라고 합니다. 한국 출산율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다른 나라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서 간신히 꼴찌를 면한다는 전망이죠.
     

     

    GBD가 추정한 세계 출산율 추이. 전 세계 출산율은 1950년 4.84에서 2021년 2.23명으로 하락했다. 2050년엔 1.83, 2100년엔 1.59명으로 더 떨어질 거란 전망이다.
     
    한국을 덮친 저출산 현상이 마치 전염병처럼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1950년 4.84명이었던 전 세계 출산율은 이미 대체출산율(인구 유지를 위한 출산율)인 2.1명에 가깝게 떨어졌죠. 그리고 앞으로도 반등 없이 계속 하락해 2050년엔 1.83명, 2100년엔 1.59명이 될 거라고 합니다.
     
    인구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을 대체출산율이라고 부르죠. 자연적인 상황에선 남아가 여아보다 더 많이 태어나기 때문에 흔히 대체출산율은 2.1명이라고 얘기하는데요. 지금은 204개국 중 출산율이 2.1에 못 미치는 국가가 절반 정도(110개국)입니다. 그리고 2100년이면 거의 대부분(198개국) 국가가 여기 해당되겠죠.
     
    고작 6개 국가(사모아·소말리아·통가·니제르·차드·타지키스탄)만 2.1명을 웃도는 출산율을 기록한다는 뜻입니다. 당연히 출산의 지역별 분포도 지금과는 엄청나게 달라지겠죠. GBD는 2100년에 태어날 아이들의 절반 이상(54%)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출신이 될 거라고 전망합니다(2021년엔 약 29%).
     
    GBD가 추정한 소득계층별 출산기여율 추이. 저소득(주황색)+중하위소득(노란색) 계층이 전 세계 출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00년에 77.4%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전 세계 출생아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인류의 ‘출생 피크(Birth Peak)’는 연간 1억4200만명이 태어난 2016년이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엔 출생아 수가 그보다 1300만명이나 줄어든 1억2900만명에 그쳤죠. 출생아수에선 이미 피크 아웃이 시작된 건데요.
     

    하지만 아직까지 그렇게까지 경계심이 크지 않은 건 출생아수는 줄어도 인구는 늘기 때문이죠. 즉 더 많이 태어나서가 아니라 덜 죽기 때문에 전 세계 인구는 한동안 증가할 텐데요. 그럼 전 세계 인구의 정점은 언제일까요.

     

    이와 관련한 여러 연구가 있지만 2100년 이전이 될 게 확실시됩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인구·이주전문센터는 2070년 98억명, 독립연구기관인 건강측정평가연구소(IHME)는 2064년 97억명을 이야기하죠. 어쩌면 우리가 죽기 전에, 아마도 우리 자녀 세대엔 확실히 전 세계 인구의 감소에 직면하게 될 거란 뜻입니다.

     

    전쟁·재난·기근·전염병이 닥친 것도 아닌데, 세계 인구가 줄어들다니. 인류 역사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일인데요. 우리의 자발적 선택(저출산)으로 인류는 미지의 땅에 진입하게 될 겁니다.

     

    이민과 AI는 저출산 해결책인가

    아마 여기까지 읽고 심드렁한 분들 많을 겁니다. 전 세계적 저출산, 수십년 뒤 닥칠 인구 감소는 너무 먼 얘기처럼 들릴 테니까요. 또 이런 반응도 예상됩니다. 저출산? 이민 왕창 받고, 로봇과 AI로 생산성 끌어올리면 되지.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좀 찾아봤습니다.
     
    아기의 빈자리를 이민과 AI로 채울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
     
    ①이민을 늘리자. 얼마나?
    당연한 얘기이지만 지구 차원에선 인구의 순이동이 제로입니다. 외계인이 우리 행성을 발견해서 지구로 귀환하는 일은 아직까진 없으니까요. 즉, 이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출생아라는 한정된 자원을 국가 간 재분배하는 작업입니다.
     
    이민을 촉발하는 건 더 많은 기회와 일자리입니다. 주로 고출산·저소득 국가가 선진국으로 이민자를 공급해왔죠.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인도에서 영국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호주로 이민 가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앞으론 상황이 좀 달라질 겁니다.
     
    이들 국가의 출산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죠. GBD 전망에 따르면 멕시코는 2021년 1.77→2100년 1.15, 같은 기간 인도는 1.91→1.04, 인도네시아는 1.97→1.29로 출산율 급락이 예상되는데요. 선진국 입장에선 점점 더 이민자를 유치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더 많은 급여,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다른 나라와 경쟁하게 될 게 뻔하죠.
     

     

     

     

    이민은 결국 제로섬 게임이다. 게티이미지
     
    그리고 또 알아두셔야 할 게 있는데요. 한국처럼 출산율이 극도로 낮은 나라는 이민으로 지금 수준의 인구를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왜냐. 데려와야 할 이민자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펜실베니아대학 경제학과의 헤수스 페르난데스 교수가 팟캐스트에서 한국을 예로 들어 설명했는데요.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이 이민으로 현재 인구를 유지하려면 한국인이 자국 내에서 소수민족이 돼야 합니다. 단일 민족이 99%였던 나라가 다른 민족이 70%인 나라로 바뀐 적이 있나요? 정치시스템이 이러한 변화를 소화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러한 수준의 이민을 지지하는 정치를 본 적 없습니다.”

     

    어떤가요. 한국인이 인구의 30%인 소수민족이 되는 한국. 과연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AI와 로봇은 생산성을 얼마나 향상시킬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
     
    ②AI가 생산성을 책임져줄까
    인구감소는 경제에 마이너스입니다. 생산가능인구가 1% 줄면 국내총생산(GDP)이 0.59%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있죠. GDP가 줄어든다는 건 우리 모두에게 상당히 큰일입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선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매우 중요한데요. GDP가 줄면 이 비율이 뛰어 국가신용등급이 하락할 겁니다. 그럼 국가부채를 늘리기 어려워 돈에 쪼들리는 정부가 복지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겠죠. 개개인의 삶이 엄청나게 팍팍해지게 되는 겁니다.
     

    물론 인구가 줄어도 이를 만회할 정도의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룬다면 GDP는 계속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이 생산성 향상의 열쇠가 될 거란 장밋빛 전망이 줄을 잇는데요. 골드만삭스는 AI가 앞으로 10년 동안 전 세계 GDP를 7%(거의 7조 달러) 증가시킬 거라고 예측했고요. 지난해 맥킨지는 AI가 선진국의 생산성을 연 평균 0.6~0.7%포인트씩 끌어올릴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리고 전혀 다른 예측도 나옵니다. 노벨경제학상 유력 후보로 꼽히는 대런 아세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낸 논문(AI의 단순한 거시경제학)이 눈길을 끄는데요. 그는 AI가 향후 10년 동안 생산성을 0.53%, GDP를 0.9% 증가시킬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1년이 아니라 10년 동안 말이죠. 그는 “AI의 거시경제적 효과는 사소하진 않지만 미미하다”고 설명하는데요. 동시에 “노동자와 자본가의 소득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봅니다.

     

    물론 생성형AI가 산업현장에 어떤 혁신을 일으킬지는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아직은 워낙 초기단계이니까요. 하지만 다가오는 인구 붕괴의 해결책이 될 거란 믿음을 갖기엔 근거가 빈약해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0.7과 1.3의 엄청난 차이

    저출산과 관련한 우울한 예측이 가득한데요. 저출산과 인구감소가 전 세계적 추세이고 피할 수 없는 거라면,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무의미한 걸까요. 그냥 이대로 애 안 낳게 내버려 둘까요?

     

    그건 결코 아닙니다. 인류 역사상 출산율이 대체출산율(2.1명)보다 25% 이상 하락했다가 다시 2.1명 수준으로 반등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긴 한데요. 그래도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거나 방어하는 건 중요합니다. 아니, 오히려 출산율이 다 같이 낮은 지금은 예전보다 그 차이가 더 중요해졌는데요.
     
    대체출산율(2.1명)까진 어렵겠지만, 조금이라도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 않을까. 게티이미지
     
    간단한 산수를 해보면 이를 알 수 있습니다. 출산율 1.0이면 출생아수가 어떻게 변할까요. 출산율이 1.0이라는 건 현재 200명(남자 100, 여자 100명) 인구가 있다면, 아이를 100명 낳는다는 뜻이죠. 또 그 아이들이 나중에 출산하면? 그 100명 중 여성은 50명일 테니까, 자녀 수가 50명이 될 겁니다. 노인 200명이 아기 50명으로 줄어드는 거죠.
     

    그럼 한국처럼 출산율이 0.7이라면? 200명→70명→25명으로 줄어들고요.
    일본처럼 출산율 1.3이면? 200명→130명→85명이 됩니다.
    대부분 국가가 고만고만하게 낮은 출산율을 보이는 지금 상황에서는 작은 출산율 격차도 인구구성의 극적인 차이를 가져오는 거죠.

     

    문제는 과연 무엇을 해야 출산율이 의미있게 반등하느냐는 건데요. 이와 관련한 수많은 논의가 있지만, 2022년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의 방대한 워킹페이퍼 ‘출산율의 경제학: 새로운 시대’의 결론은 이겁니다. 일·가정 양립이 잘 되고, 남성의 육아참여도를 높이고, 전통적인 사회규범(엄마의 역할 강조, 과도한 교육열)에서 벗어나는 게 출산율을 높이는 길입니다.

     

    그게 그렇게 쉽게 바뀌겠냐고요? 물론 쉽진 않겠죠. 하지만 우리는 연간 출산율 0.6명대마저 코앞에 두고 있는 소멸위기의 나라이잖아요. 이젠 좀 절박감을 느끼고 바뀔 때도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By.딥다이브

     

    요즘 인구통계학이 정말 핫한 학문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관련한 연구결과와 기사들이 쏟아져나옵니다. 그만큼 저출산 현상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다는 뜻인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 출산율 세계 꼴찌 국가인 한국은 아마 2100년쯤 되면 그리 외롭진 않을 겁니다. 전 세계 출산율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죠. 2021년 2.23명이던 세계 출산율은 2100년엔 1.59로 떨어진다는 예측입니다. 세계 인구도 2070년쯤이면 정점을 찍고 줄어든다는 전망입니다.

     

    ▲ 이민과 AI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전 세계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젊은 이민자 유치를 위한 국가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겁니다. AI는 아직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켜줄지 미지수입니다.

     

    ▲ 그렇다고 그냥 포기할 순 없습니다. 앞으로는 출산율의 작은 변화가 인구구성의 큰 차이를 가져올 테니까요. 해법은 결국 문화가 바뀌는 데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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