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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생활비 쓰기도 빠듯한데 마스크는 사치"
8월 코로나 확진자 급증…고령자 환자 절반 이상
전문가, '제2의 신천지' 사태 우려 표명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마스크는 무슨, (기초)수급자들이라 생활비 대기도 빠듯한데…”
최근 코로나19(이하 코로나) 입원 환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저소득층 노인들은 이에 대응하지 못한 채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특히 폭염을 피해 노인들이 모이는 노인쉼터는 코로나에 취약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자칫 코로나의 폭발적 재유행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65세 이상의 고위험군 대상에 한해서라도 마스크를 지원하고 실내 방역을 강화하는 등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5일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 중랑구의 노인쉼터 두 곳은 이른 아침부터 바둑을 두는 노인들이 끊이지 않았다.
무더위를 피해 노인쉼터에 ‘출근’한 노인들로 10평 남짓의 좁은 쉼터는 발 디딜 틈도 없었다.
7년째 노인쉼터를 관리하고 있다는 이모(77)씨는 “쉼터에 의자가 총 40자리 있는데 오전 10시에 문을 열면 정오 전에는 반 이상 찬다”며 “요즘 같이 무더운 날이면 한낮에는 80명까지 와 복도가 바글바글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많은 노인이 꽉 들어차 있지만 코로나 유행에 대한 경각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스크를 쓴 노인은 한 명도 없었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기침하는 노인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더욱이 좁은 실내의 창문은 하루종일 닫혀 있어 환기가 되지 않는 환경이었다. 전염병에 감염되기 쉬운 공간에서 실제 코로나에 감염돼 방문을 중단한 사례도 확인됐다.
조모(89)씨는 “일주일 전에 기침하던 분이 안 나오던데 알고 보니 코로나에 확진됐다더라”며 “그분 외엔 아직 걸린 사람이 없어서 다들 크게 신경 안 쓰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노인들은 기초수급비로 한 달 생활하기도 빠듯해 마스크까지 살 여유가 없다고 호소했다.
조씨는 “노인쉼터 방문하는 사람들 중 기초생활 수급자들이 많다”며 “한 달에 90만 원 남짓한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굳이 마스크까지 사는 사람은 딱히 없다”고 말했다.
한 달 새 입원 환자 7배 급증…전문가 “선제 대응해야”
방역이 소홀한 틈을 타 코로나 입원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 입원 환자는 7월 3주 차 기준 226명에서 8월 3주 차 기준 1444명으로 한 달 새 7배가량 급증했다.
22일 기준 올해 집계된 코로나 누적 입원 환자 1만 5224명 중에선 65세 이상 고령자가 9991명으로 전체의 65.2%를 차지하기도 했다.
고령층 대상으로 코로나가 확산하는 건 정부의 마스크 의무 착용이 없는 것도 한몫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면목천로 어르신쉼터 관리소장 이씨는 “코로나 의심 증상이 보이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자체적으로 방문을 중단시키고 있지만 일상적으로 방문하는 분들까지 마스크 착용을 강제할 순 없다”고 토로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코로나 전파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 준수는 여전히 중요하나 의무 착용은 아직 계획에 없다”고 전했다.
첫 팬데믹이 많은 인원이 실내에 밀집했던 신천지 교회에서 시작됐던 만큼 노인쉼터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어졌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고위험군 대상으로라도 마스크 착용을 적극 권고해야 한다”며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노인 대상으로 마스크를 보급하는 등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또한 “당장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못하더라도 착용을 강하게 권고하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해야 한다”면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예전 신천지 교인들로부터 팬데믹이 시작된 것처럼 팬데믹이 재발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박동현 (parkdd@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