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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EYE·대관람차) 랜드마크 조성 열풍

    ‘아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미 태어난 ‘속초아이’, ‘사천아이’, ‘광주빅아이’부터 곧 태어날 예정인 ‘서울트윈아이’, ‘영덕아이’, ‘세종아이’, ‘제천청풍아이’까지. 빼어난 경관을 가진 전국 산하 곳곳에서 이들의 잉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많은 아이는 다 어디서 온 걸까? 지난 2000년 개관한 영국 런던 템스강변의 대관람차 ‘런던아이(London Eye)’는 매년 30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24년 전 런던의 이 성공 사례를 모방한 아류 격 아이(Eye)들이 이제 와 한반도에서 잇따라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적 형태의 관람차가 처음 세상에 등장한 것은 1893년 시카고 엑스포 때다. 당시 교량 건축 엔지니어 조지 페리스가 자전거 바퀴에서 착안해 만든 대관람차는 큰 인기를 얻으며 시카고 엑스포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대관람차는 언뜻 멈춘 듯 보이지만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탑승객의 시선을 확장한다. 대단히 천천히 경관을 관조하도록 설계된 ‘느림의 구조물’이라 할 만하다.
     
    ‘서울트윈아이’를 필두로 ‘영덕아이’, ‘세종아이’, ‘제천청풍아이’가 줄을 이으며 전국에 대관람차 조성 붐이 심상치 않다. 속도전 하듯 빠르게 ‘복붙(복사 & 붙여넣기)’해낸 이 느림의 구조물이 어떻게 사람들과 관계하게 될지 생각하게 된다. 전국 곳곳에 현존하는 ‘아이’들을 모아봤다.
     
    (첫 줄 왼쪽부터) 울산 ‘롯데그랜드휠’, 인천 월미테마파크 대관람차, 춘천 육림랜드 대관람차, 광주 패밀리랜드 ‘빅아이’.
    (두 번째 줄 왼쪽부터) 강원 ‘속초아이’, 양산 통도환타지아 대관람차, 경남 ‘사천아이’, 전주 드림랜드 대관람차. (세 번째 줄 왼쪽부터) 대구 스파크랜드 대관람차, 구미 금오랜드 대관람차,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드림랜드 대관람차, 당진 삽교호관광지 대관람차.

     

    ‘국내 최대 규모’, ‘새로운 랜드마크 부상’, ‘지역 경제 활성화 모델’.

    앞다퉈 대관람차 유치 경쟁에 뛰어든 지자체의 보도자료마다 공통으로 발견되는 문구들이다. 이들이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건 이미 전국을 휩쓸고 지나간 출렁다리, 케이블카 등 관광 시설물 건립 열풍과 같은 맥락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한 지자체가 단기 성과를 낼 수 있는 관광 시설물을 도입해 흥행에 성공하면, 다른 지자체는 이를 ‘벤치마킹’해 비슷한 시설을 조금 더 큰 규모로 따라 만든다.

     

    시민들의 관심이 새로운 시설로 옮겨가면 민간사업자나 지자체는 인근에 다른 새로운 시설물을 지어 올린다. 이 패턴은 반복된다. 출렁다리나 케이블카, 대관람차가 한 장소에 우후죽순 들어서는 건 우연이 아니다.

     

    그 결과로 아름다웠던 자연경관은 인공 랜드마크들로 가득 채워진다. 도시의 정체성과 차별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랜드마크의 본질을 따져본다면 너도나도 똑같은 상징물(ㅇㅇ아이)을 도입하는 현 상황은 의아해진다.

     

     
    강원도 속초 해변에 설치된 대관람차 '속초아이'. 지난 2022년 개장 첫해에 관광객 100만 명이 다녀가며 흥행했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 사항이 확인되며 시설물 해체 결정이 내려졌다.
    현재는 운영이 중단된 상태.

     

    서울시는 지난해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그레이트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서울 마포 한강변에 지름 180m 규모의 대관람차 ‘트윈아이’ 조성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사업비는 9,102억 원으로 책정됐다. 대관람차 사업을 진행 중인 지자체는 서울을 포함해 7곳에 이른다. 세종시는 금강변에 호텔과 대관람차를 조합한 시설물(가칭 ‘세종아이’)을, 충남 보령시는 민간 자본 205억 원을 투자받아 원산도에 ‘선셋 대관람차’를, 충북 제천시는 청풍호 인근에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등에 이어 사업비 100억 원 규모의 대관람차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경남 사천시 초양도에 설치된 대관람차 '사천아이'. 지난해 5월 개장 당시 박동식 사천시장은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수려한 풍광과 시원한 바다를 조망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천아이’는 사천바다케이블카와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을 잇는 사천을 대표하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했다.

     

    호남에서는 전남 여수시가 여수예술랜드 내 주차장 인근에 사업비 150억 원을 들여 90m 높이의 대관람차를 도입한다고 지난 2월 발표했다.

     

    영남에서는 경북 영덕군이 사업비 400억 원을 투입해 90m 높이의 대관람차 ‘영덕아이’를, 대구 달성구는 화원관광지에 100억 원가량의 사업비를 들여 100m 높이 규모의 대관람차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강원 춘천시는 의암호 수변에 대관람차를 조성하는 사업을 민간 주도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에 자리한 통도환타지아 내 대관람차 모습. 부산·울산·경남 지역 최대 규모 테마파크인 이곳은 코로나19 여파로 3년 넘게 장기 휴장하며 폐허로 변해가고 있다.

     

     
    통도환타지아 대관람차. 3년 넘게 방치되며 시설물 곳곳에 녹이 슬어 있다.

    같은 시기에 경쟁적으로 들어서는 대관람차의 사업성(지속가능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지난 4일과 11일 두 차례 닷새 동안 본지가 취재한 전국 각지의 관람차 12곳 대부분은 텅 빈 채로 돌아가고 있었다.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아예 운영이 중단된 경우도 있었다. 비성수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침체의 정도는 심각했다.

     

    그나마 성공 사례로 꼽히는 속초아이 또한 작동이 멈춰 있었는데, 발걸음을 돌리는 방문객들의 모습이 지속해서 보였다. 속초아이는 지난 2022년 개장 첫해에 관광객 100만 명이 다녀가며 흥행했지만, 인허가 과정에서 중대한 위법 사항이 확인되며 시설물 해체 결정이 내려졌다.

     

    충남 당진시 삽교호관광지 대관람차가 텅 빈 채로 돌아가며 태양 아래 실루엣을 드러내고 있다.
    충남 당진시 삽교호관광지 대관람차. 이곳은 '레트로 MZ 감성 핫플(핫플레이스)'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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