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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사실상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첫 유세를 시작한 23일(현지시간) “해리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이틀만의 일이다.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웨스트 앨리스에 있는 웨스트 앨리스 센트럴 고등학교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웃음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첫 유세에서 해리스는 특유의 호탕한 웃음으로 환호를 유도한 뒤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when we fight, we win)”라고 외쳤다.

     

    암살 위기를 넘긴 뒤 “싸우자(fight)”고 했던 트럼프에 대한 정면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쉰 듯한 목소리와 기침, 어눌한 표정과 말 실수로 매번 구설수에 올랐던 바이든의 유세과 비교하면 분위기도 달라졌다.

     


     

    해리스 44% vs 트럼프 42%…다자에선 ‘우세’

    분위기는 오전부터 달아올랐다. 이날 로이터통신이 입소스와 공동으로 22일~23일 1018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는 44%의 지지를 얻어 42%에 그친 트럼프를 앞섰기 때문이다.

    신재민 기자

     

    두 사람의 격차 2%포인트는 오차범위(±3%포인트)에 포함되기 때문에 통계적으로는 누가 우세하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전날 45% 대 47%로 트럼프를 바짝 뒤쫓고 있다는 모닝컨설트의 조사 결과까지 참고하면 사퇴 직전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에게 평균 6%포인트 이상 뒤지던 상황이 해리스의 등장으로 최소한 거의 대등한 ‘원점’으로 되돌아왔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제3 후보까지 포함한 가상대결에서 해리스가 42%, 트럼프 38%,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8%를 기록했는데, 로이터는 “두 사람의 격차는 오차범위 밖”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유권자의 56%가 해리스(59)가 “정신적으로 예리하고 도전에 대처할 수 있다”고 평가한 반면 트럼프(78)에 대해서는 49%만 그렇다고 답했다. 바이든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던 '고령 리스크'의 화살이 해리스의 등장으로 트럼프 자신을 향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진앙’ 찾은 해리스…‘검사 vs 범죄자’ 프레임

    해리스가 첫 단독 유세지로 택한 곳은 위스콘신주 밀워키였다. 밀워키는 TV토론과 암살 미수 사건을 계기로 한층 기세를 올린 트럼프가 전당대회를 열어 공화당 지지층을 총결집했던 트럼프 열풍의 ‘진앙’이자, 민주당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의 핵심이다.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웨스트 앨리스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이후 해리스는 사실상 민주당의 새 대선 후보 자리를 확정지었다. EPA=연합뉴스


    이날 연설에서 해리스는 “백악관으로 가는 길은 위스콘신으로 통한다”며 이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위스콘신에서 승리하기 위해 밀워키의 여러분을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의 검사 경력을 내세우며 “나는 여성을 학대하는 (성)착취자, 소비자를 등쳐먹는 사기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규칙을 깨고 속임수를 쓰는 사람 등 모든 유형의 가해자들을 상대해봤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같은 스타일을 안다”며 ‘범죄자 트럼프’와 그를 잡는 ‘검사 해리스’ 구도를 강조했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일제히 “트럼프 구속”을 연호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힐러리를 구속하라”고 했던 말을 되돌려준 말이기도 하다.

     

    해리스가 밝힌 정책 공약은 중산층 경제, 노조 보호, 낙태권 보호 등 바이든과 같았다. 그러면서도 해리스는 “자유와 연민, 법치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아니면 혼돈과 공포, 증오의 나라에서 살고 싶은지 답해야 한다”며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

     


     

    젊어진 유세장…“싸우면 우리가 이긴다”

    동시에 유세 내내 젊음, 여성, 소수인종 등을 강조한 코드를 배치해 트럼프는 물론 사퇴한 바이든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미국 부통령이자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유력해진 카멀라 해리스가 23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첫 선거 유세에서 웨스트 앨리스 센트럴 고등학교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먼저 그가 유세장에 입장할 때 쓰인 노래는 흑인 여성가수 비욘세의 ‘자유(freedom)’였다.

     

    자신의 곡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데 대해 엄격한 비욘세로부터 허락을 받은 공식 캠페인송으로, 흑인 여성의 인권 문제를 담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 등 흑인 인권 시위에서 자주 등장하는 곡이기도 하다.

     

    비욘세의 노래를 배경으로 해리스가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1분 넘게 해리스를 연호했다. “감사하다”며 환호를 진정시킨 뒤 시작한 연설에서 해리스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선창을 한 뒤 지지자들이 따라 외치게 하거나, “어떤 나라에 살고 싶으냐”는 물음을 던진 뒤 “카멀라의 나라(a Kamala one)”라는 호응을 이끌어냈다. 다소 일방향적이던 바이든의 유세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그는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는 말로 연설을 끝내며 “싸우자”는 트럼프의 도발에 정면 대응했다. 이는 막말 공세를 받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에서 배우자 미셸이 “그들이 저급하게 굴어도, 우리는 품위 있게 한다(When they go low, we go high)”고 했던 유명한 연설을 차용한 표현으로, 향후 해리스 연설의 공식 마무리 멘트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현재 민주당의 ‘지분’을 가진 핵심 인사들 가운데 사실상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만 이날까지 해리스에 대한 공식 지지 성명을 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제이디 밴스(R-OH) 상원의원과 함께 러닝메이트와 처음으로 유세를 벌이며 서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민주당, 해리스 중심 ‘단일 대오’

    한편 이날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새 후보를 중심으로 단결할 기회가 마련됐다”고 선언했다.

     

    민주당의 ‘지분’을 가진 핵심 인물들 중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제외한 대다수가 해리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확인한하면서 당내 ‘단일 대오’ 구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이날 오후엔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맞붙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NYT 기고를 통해 “해리스는 미국 정치의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며 “그는 대통령이 될 준비가 돼 있고,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24일 예정된 기자회견을 통해 후보직 사퇴의 배경과 함께 해리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육성으로 밝힐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안전하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개발과 사용에 관한 연설을 하기 전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또한 해리스가 전면에 나선 뒤 민주당에 후원금이 쇄도하는 가운데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로 앞서 바이든의 사퇴를 촉구했던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가 이날 해리스에 대한 공식 지지를 표명했다.

     

    이미 해리스가 대선 주자로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다음달 1일부터 공식 후보 선출을 위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다.

     

    해리스는 다음달 19~22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통해 공식 후보가 돼 트럼프와 11월 대선에서 정면으로 맞붙는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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