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허세 20대, 욜로 좋아하다 골로 갔다
    실속 20대, 신차 대신 ‘중고 경차’로
    ‘플렉스 부자’에서 ‘요노 부자’로 전환
    벤츠 E클래스와 기아 모닝 [사진출처=벤츠, 기아]
     
     
     

    모닝 사려다 벤츠 샀다

     

    20대 ‘욜로(YOLO)족’의 견물생심 폐해를 지적하는 말입니다. 욜로는 ‘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라는 뜻입니다.

     

    욜로족은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삶의 질을 높여주는 취미생활은 물론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어준다고 여기는 명품에 돈을 아낌없이 씁니다.

     

    20대 욜로족은 처음엔 1000만원대 예산으로 경차인 기아 모닝을 사려다가 좋은 차를 볼수록 욕심이 덩달아 커져 결국 모닝보다 5배 이상 비싼 벤츠(주로 E클래스)를 산다고 합니다.

     

    소비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소비는 사람의 욕망을 반영합니다. 소비 욕망에 중독되면 더 좋은 것, 더 비싼 것,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됩니다.

     

    명품 브랜드가 아주 사랑하는 ‘파노플리 효과’도 자동차 견물생심을 더 자극합니다.

     

    특정 계층이 소비하는 명품 가방이나 의류 등을 구입하면 자신도 그 부류에 속한다고 여기고 무리해서 구입합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보복소비가 유행하면서 자동차 시장에서도 20대의 경차 무시 성향이 강해졌습니다.

     

     

    20대, 돈 없어도 경차는 타기 싫다는데

     

    경차 시대를 개척한 대우 티코 [사진출처=매경DB]

     

     
    원래 경차는 돈 없는 20대에게 ‘딱 맞는 차’로 알려졌습니다.
     
    운전하기 편한데다 가격도 저렴하고 유지비도 적어 모아둔 돈이 적은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에게 제격이라는 세간의 평가 때문이죠.
     

    실상은 달랐습니다. 20대는 경차를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오히려 20대보다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30~60대가 많이 샀죠.

     

    국토교통부 통계를 사용하는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신차 시장에서 경차 판매대수는 12만4080대로 전년의 13만4294대보다 7.6%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단종된 스파크는 전년의 1만946대보다 86.1%(9424대) 줄어든 1522대 판매되는 데 그쳤습니다.

     

    캐스퍼는 전년 대비 6.2%(2975대) 감소한 4만5069대, 모닝은 12.4%(3661대) 줄어든 2만5845대 각각 팔렸습니다.

     

     

    기아 레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경차 시장 방어는 레이가 담당했습니다. 지난해 판매대수는 5만1325대로 전년보다 16.7%(7332대) 늘었죠.

     

    경차 대표주자인데다 실내공간도 상대적으로 넉넉한 레이는 20대가 선호했을까요. 아닙니다.

     

    레이는 40대 남녀가 가장 선호하고 20대 남녀가 가장 외면했습니다.

     

    40대는 4만3320대(34.1%), 30대는 3만3855대(26.6%), 50대는 2만5648대(20.2%), 60대는 1만2628대(9.9%)를 샀습니다. 20대는 8286대(6.5%) 구입했을 뿐입니다.

     

    올해 상반기에는 분위기가 살짝 달라졌습니다.

     

    30~40대가 경차를 가장 많이 구입하는 현상은 여전했지만 20대가 50~60대보다는 경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올 상반기 연령대별 신차 구매차종 톱10을 분석해보면 20대에서는 경차 중 유일하게 캐스퍼(2112대)가 포함됐습니다. 5위를 기록했습니다.

     

    30대에서는 캐스퍼(4528대)가 6위, 레이(4173대)가 8위로 나왔습니다.

     

    경차를 가장 선호하는 40대의 경우 레이(6673대)가 4위, 캐스퍼(4013대)가 8위를 기록했습니다. 50대 이상에서는 경차가 1개 차종도 톱10에 들지 못했습니다.

     

     

    20대의 변심? ‘중고 경차’ 선호도 높아져

     

    기아 모닝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올해 상반기(1~6월) 신차·중고차 판매현황을 분석해 보면 20대의 경차 외면 현상과 다른 양상이 보입니다.
     

    돈 없어도 신차를 살 때 경차는 싫다는 20대들이 중고차를 구입할 때는 경차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죠.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차 등록대수는 81만9742대로 전년동기보다 10.4% 감소했습니다.

    중고차 실거래대수는 120만6370대로 전년동기보다 1.7% 줄었습니다.

     

    중고차 시장은 경기불황 때 신차 시장보다는 타격을 덜 받거나 선전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올해도 마찬가지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캐스퍼 [사진출처=현대차]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높은 차종도 신차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외면받지만 알뜰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는 경차입니다.

     

    모닝(2만3201대)이 1위를 차지했고 스파크(2만449대)가 2위를 기록했습니다.

     

    뉴 레이(1만4705대)는 5위, 레이(1만3606대)는 6위로 나왔습니다. 톱10 중 4개 차종이 경차인 셈입니다.

     

    신차 톱10에는 단 1개 차종만 포함됐습니다. 기아 쏘렌토·스포티지·셀토스와 현대차 싼타페·투싼, 제네시스 GV80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위세에 눌려 레이가 9위를 기록한 게 전부입니다.

     

    연령대별로 중고차 거래 톱5를 살펴보면 20대의 중고 경차 선호 현상이 강해진 게 보입니다.

     

    1위 아반떼(2324대) 다음으로 모닝(2027대)이 2위, 스파크(1821대)가 3위를 기록했습니다. 기아 K5(1682대)와 현대차 쏘나타(1605대)는 그 뒤를 이었습니다.

     

    경차를 가장 선호하는 연령대인 30~40대의 경우 중고 경차도 가장 많이 구입했습니다.

     

    4개 차종이 톱5에 포함됐죠.

     

    30대 톱5는 모닝(4661대), 스파크(4210대), 뉴 레이(4021대), 레이(3555대), 그랜저 HG(3379대) 순이었습니다. 경차가 1~4위 자리를 모두 차지했습니다.

     

    40대 톱5도 비슷했습니다. 모닝(5642대), 스파크(5539대), 그랜저HG(4837대), 레이(4446대), 뉴 레이(4374대)로 집계됐습니다.

     

     

    요노족, 더 좋은 차→꼭 필요한 차

     
    캐스퍼 [사진출처=현대차]

     

     
     
    2030대의 중고 경차 선호는 고물가·고금리와 경기위축으로 욜로족이 줄고 요노(YONO)족이 늘어나는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요노는 ‘You Only Need One’의 약자입니다. 꼭 필요한 것만 알뜰하게 구매하는 ‘짠소비’를 뜻합니다.

     

    파노플리 효과에 무리하게 남들을 따라 과소비하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기)하면서 ‘플렉스’(Flex)를 즐기다가 쓸 돈이 없어진 2030대는 “욜로하다 골로 간다”며 반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과시를 위해 무리하는 플렉스 대신 극단적 소비절약을 과시(?)하는 ‘거지방’이 유행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자동차를 살 때도 ‘이왕이면 큰 차’, ‘그 돈이면 좀 더 보태서 더 좋은 차’를 찾다가 이제는 중고 경차를 구입하는 ‘짠테크’를 실천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닝 사려다 벤츠를 사는 게 아니라 벤츠를 사려다 모닝을 사는 셈입니다.

     

     

    중고 모닝과 중고 벤츠 E클래스 [사진출처=기아, 벤츠]

     


     
    ]물론 중고 경차를 사야 알뜰하다고 ‘칭찬’받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러 중고 경차를 살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차종을 사야 합니다.
     

    벤츠가 주는 가치를 추구한다면 모닝 대신 벤츠 E클래스를 살 수도 있습니다.

     

    중고차를 선택해 구입부담을 덜 수도 있습니다.

     

    다만, 벤츠 E클래스든 모닝이든 무리해서 구입하는 것은 피하는 게 낫습니다.

     

    가치는 더 비싸거나 더 좋은 것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에서 나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의 심리가 호황·불황 등의 경기상황에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기가 나쁘다고 여기면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생기고, 결국 소비가 얼어붙고 경기는 더 악화된다고 합니다.

     

    반대로 모두 경기가 좋다고 생각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소비가 더 활발해지면서 경기가 한층 더 좋아진다고 합니다.

     

    리스크를 취하려는 심리를 자극해 주가도 상승한다고 하죠.

     

    개인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플렉스에서 벗어나 꼭 필요한 것을 알뜰하게 구입하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마음에도 여유가 생기게 됩니다.

     

    지금은 중고 모닝을 샀지만 멋진 벤츠가 진짜 필요해졌을 때 ‘내돈내산’으로 즐겁게 구입할 수 있을 겁니다.

     

     

    사족(蛇足)- 쓰는 맛 즐기다 쓴 맛 본다

     

    페라리 SF90 스파이더 [사진출처=페라리]
     
     
    월스트리트저널에서 10년 넘게 금융과 투자에 대한 글을 써온 칼럼니스트인 모건 하우절이 쓴 ‘돈의 심리학’에는 두 종류의 부자가 나옵니다.
     

    소비 부자와 자산 부자입니다. 소비 부자는 눈으로 보이는 소비를 통해 부를 자랑하는 사람입니다.

     

    빚으로 비싼 차를 구입한 사람도 소비 부자입니다. 소비 부자는 주위에서 아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소비 부자가 얼마나 돈이 많은 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게 있습니다.

     

    그가 1억원짜리 벤츠를 샀다면 그의 자산에서 1억원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입니다.

     

    자산 부자는 소비욕을 자제하며 더 많은 돈을 모으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들에게 부는 쓰지 않는 소득입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을 살 수 있는 선택권과 유연성을 중시합니다.

     

    요노는 자산 부자가 되는 지름길이네요.

     

    소비 부자와 자산 부자 중 당신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사족을 하나 더 달겠습니다. 하우절은 ‘페라리의 역설’도 소개했습니다.

     

    하우절은 “당신이 멋진 차(페라리)를 몰고 있을 때 사람들은 당신을 보지 못한다.

     

    당신의 차에만 감탄할 뿐이다. 아무도 당신의 물건을 보고 당신을 존경하지 않는다”고 저격했죠.

     

    당신이 비싼 차를 살 때 내심 바라던 플렉스 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페라리의 역설은 ‘포람페(포르쉐·람보르기니·페라리)의 역설’이자 ‘플렉스의 역설’인 셈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