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더 복잡해진 금리 셈법
1분기 GDP증가율 1%대 둔화
PCE 물가 뛰고 국채금리 급등
Fed, 기준금리 향방 '안갯속'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과 물가 ‘쇼크’로 미국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부진한 성장에 잡히지 않는 물가지표가 맞물리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5일(현지시간) 장중 연 5%를 돌파해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한때 연 5.027%까지 올랐다가 이후 5% 선에서 등락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도 올 들어 처음으로 연 4.7%를 돌파하며 연 4.72%까지 올랐다.
뉴욕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375.12포인트(0.98%) 내린 38,085.80에 거래를 마쳤다. 장 시작과 함께 6%포인트 이상 급락했다가 이후 하락폭을 줄였다. S&P500지수는 23.21포인트(0.46%) 내려간 5,048.42로, 나스닥지수는 100.99포인트(0.64%) 떨어진 15,611.7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개장 전 발표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과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결과가 시장을 강타했다. GDP 증가율은 연율 기준 1.6%로 집계돼 시장 전망치(2.4%)를 한참 밑돈 데 비해 근원 PCE 가격지수(식품·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3.7%로 전망치(3.4%)를 웃돌았다.
경기 둔화 속에서 물가 상승세가 지속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에 나서기 더 어려워졌다는 실망감이 시장에 퍼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6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전날 16.5%에서 이날 11.5%로 낮춰 잡았다.
빚내서 달려온 美경제…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향하나
美 1분기 성장률·물가 '충격'…'골디락스 경제' 물건너가나
‘소프트랜딩’(경기 연착륙), ‘노 랜딩’(침체 없는 호황)이 거론되던 미국 경제가 돌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 속 물가 상승) 위기감에 휩싸였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시장 전망치를 한참 밑돌며 둔화한 반면 물가는 여전히 잡히지 않은 채 고공행진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서 오일쇼크에 경기 침체가 겹친 1970년대 ‘악몽’까지 언급되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직접 진화에 나서는 등 미국 정부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사그라드는 금리 인하 기대감
25일(현지시간) 미국 1분기 국내총생산(GDP)·개인소비지출(PCE) 결과 발표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일제히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금융서비스업체 이버리의 매슈 라이언 시장전략팀장은 “최근 미국 경제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성장해왔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는 분명히 예상치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글렌메드의 마이크 레이놀즈 투자전략 부사장은 “올해 들어 최근까지도 ‘골디락스’(경기가 과열도 냉각도 아닌 적절한 상태) 이야기가 많았다”며 “여러모로 볼 때 투자자들은 GDP 보고서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이 까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연말까지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을 한 달 전 0.7%에서 18.8%로 높여 잡았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꿈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지난해 말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뉴욕증시가 오르면서 금융 서비스 부문 가격을 끌어올렸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Fed가 1970년대의 실책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해 12월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Fed가 금리 인하의 적절한 시점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뉴욕증시 랠리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강한 모습을 보이자 지난주에야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매파적 발언을 내놨다.
○무리한 재정정책 ‘역풍’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정 확장 일변도의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이후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학자금 탕감 등 재정을 활용한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섰다.
WSJ는 “과도한 국채 발행이 국채 금리 상승 및 강달러를 초래했다”며 “무역적자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GDP 증가율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GDP 증가율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1분기의 전 분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0.9%로 지난해 말 5.1%에서 급격하게 떨어졌다. 수입 증가율은 2.2%에서 7.2%로 급등했다.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국채 발행 규모는 7조2000억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CEO)는 “재정적자가 GDP의 6%에 달한다”며 “이것이 성장의 많은 부분을 주도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인플레이션이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시장 우려가 커지자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그는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며 “좀 더 많은 데이터가 수집되면 (GDP) 지표는 (잠정치나 확정치에서) 이보다 높게 수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옐런 장관은 또 1분기 물가상승률이 3.4%로 기대만큼 하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미국 경제 펀더멘털은 인플레이션이 정상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