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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물가·고환율에도 국내외 여행 증가
"열심히 아꼈으니 이제 떠나야죠."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오는 7월 남자친구와 싱가포르로 여름휴가를 떠날 계획이다. 총 여행경비는 500만원가량. 항공과 숙소 예약에만 벌써 270여만원을 지출했지만, 김씨는 "직장 생활을 시작한 이후 1년에 한 번 하는 해외여행이 유일한 사치"라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 성수기를 앞두고 국내외 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 고물가·고환율로 인해 지갑 여유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휴가에는 지출을 아끼지 않는 모양새다. '휴가엔 돈을 아끼지 말자'는 식의 소비 형태가 투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물가로 실질 소득 줄었는데…"여행은 못 참아"
1일 여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실질 소득이 줄어든 가운데도 여행에는 씀씀이를 아끼지 않는 소비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 1분기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속되는 고물가 여파로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근로소득(실질소득)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해 1분기 기준으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이후 3년 만에 감소 전환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여행 등 단체여행비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8% 늘었다.
하나투어는 올해 4월 해외 여행지로 구성된 '하나패키지'를 이용한 여행객이 전년 동월 대비 82% 급증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여행사 노란풍선은 올 2분기 해외여행 예약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0% 뛴 상황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올 2분기 전체 해외여행 상품의 예약률이 작년 말 대비 두 배가량 증가했다"며 "여름휴가철에 돌입해 출발 직전 예약이 많은 일본 여행 수요까지 합쳐지면 3분기 해외여행 예약률은 2분기를 훨씬 더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행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패키지 상품엔 40대와 50대가, 자유여행식 상품엔 20대가 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민 해외관광객은 742만명을 넘어서며 지난해 1분기(497만명) 대비 약 50% 증가했다.
국내 여행 수요도 ↑
국내여행도 마찬가지다. BC카드가 집계한 결제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3월 대부분의 주요 산업 분야 매출이 전월보다 떨어졌지만, 국내 여행 관련 매출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행사 업종 매출이 13.3% 증가했다. 숙박 업종도 8.8%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요즘 물가가 비싸다고 욕을 많이 먹지만 제주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서 "어쩌다 한 번인데 좀 비싸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기름값이 많이 비싸져서 멀리는 안 가고 서울에서 1~2시간 거리에서 며칠 묵을 예정"이라면서 "다들 경기 어렵다고 하는 데 이미 웬만한 곳은 다 예약이 꽉 찼더라"고 전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여행은 숙소, 식사, 쇼핑 등 여러 소비가 결합한 형태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고물가 상황에서 지출을 통제하는 데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가장 '질 좋은 소비'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