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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년 전 생식기에서 발견된 신경 다발
    하버드대 연구진, 이제야 ‘기능’ 확인
    발기, 질 수축에 관여하고 없으면 성기능 떨어져
    40~80Hz의 진동과 가벼운 ‘터치’에 자극
    “발기부전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기대”

    미국에서 있었던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재미있다는 표현을 썼지만, 웃으며 넘어갈 연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해당 논문을 설명한 여러 외신과 자료를 중심으로 최대한 간결하게 작성해 보겠습니다.

     

    음경, 음핵. 즉 생식 세포에 있는 특정한 뉴런이 진동을 감지하고, 이것이 ‘성’적인 행동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힌 논문이 ‘네이처’에 게재됐습니다.

     

    생쥐에서 살펴본 결과지만 향후 더 많은 실험, 연구가 이어진다면 발기부전과 같은 질병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빛’과 ‘환희’를 제공할 수 있는 ‘씨앗’이 되리라 생각해 봅니다. 지금도 밤잠 못 자며, 누군가에게 말도 못 하고 고심하고 있을지 모를 수많은 분께, 이 논문을 바칩니다.

     

    연구 결과는 이제 나왔는데… 결과는 알고 있었네?
    연구자들은 수컷 쥐의 음경(오른쪽)보다 암컷 쥐의 음핵(왼쪽)에 크라우즈 소체라는 감각 신경 세포가 더 밀집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진=리준 치, 마이클 이스콜스, 데이비드 긴티]
     
    1860년, 성기(음경과 음핵)뿐 아니라 입술, 혀 등에서 새로운 ‘소체(신경 말단에 있는 세포 덩어리)’가 발견됩니다. 이를 처음 발견한 독일의 해부학자인 빌헬름 크라우스의 이름을 따 ‘크라우즈 소체(Krause corpuscles)’라 명명합니다.
     
    이 소체가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 ‘맵핑’은 됐는데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미스테리로 남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과학 매체 라이브사이언스에 따르면 일부 과학자들은 이 소체가 “차가운 온도를 감지하는 데 사용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생식기에 존재했던 만큼 이 소체가 성관계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궁금했을 법 하지만 연구는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네이처는 “아마도 당시 금기시되던 연구 주제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하버드대 연구진은 오랜 기간 이 부위를 연구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몸의 뉴런과 같은 특정 부위를 활성화하고 추적하는 일은 쉬운 연구가 아니었습니다. 연구진은 드디어 이달 19일, 네이처에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합니다.

     

    연구진은 우선 다양한 기계적, 전기적 자극을 이용해 수컷과 암컷 쥐의 크라우즈 소체를 활성화했습니다. 이 소체는 40~80Hz(헤르츠)의 저주파 진동에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이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이러한 주파수는 성 장난감(sex toy)에서 주로 사용된다. 인간은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기 이전에 크라우스 소체를 자극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이미 깨달은 것 같다.”

     

    연구진은 지난해 이 논문이 정식 출판되기 전, 온라인에 공개를 한 바 있습니다. 당시는 실험 내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가벼운 접촉(brushing)과 40~80Hz의 기계적 진동 때문에 발화됐다. 온도 변화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연구진의 결과를 더 살펴보겠습니다. 크라우즈 소체는 수컷, 암컷 생쥐의 생식기에 같은 수가 포함되어 있으며 기관이 성장, 즉 발달함에 따라 공간적으로 퍼진다는 사실도 알아냅니다.

     

    음핵이 음경보다 작기 때문에 음핵에 분포하는 소체의 밀도는 컸습니다. 같은 공간으로 치면 대략 15배 이상 많은 소체가 음핵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음핵의 벽에 소체가 가득 있었다”라며 “각각의 소체는 진동 감지기였다. 이는 이 기관(음핵)이 왜 이리 민감한지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설명합니다. 네이처에 나온 인터뷰입니다.

     

    연구진은 성관계를 맺을 때 이 소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쥐의 음핵, 음경에 있는 이 소체에 빛을 가하면 신경세포가 발화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했습니다.

     

    ‘이런 게 가능하냐’라고 하실 수 있는데 이미 생물학 실험에서 자주 사용되는 실험 방법입니다. 물론 유전자 조작을 해야 하는 만큼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할 수 없습니다. 하여튼, 이런 생쥐를 만든 뒤 빛을 쪼여 이 소체를 자극합니다.

     

    그러자 수컷 생쥐의 생식기는 발기가 됐습니다. 암컷의 질은 수축했습니다. 크라우즈 소체가 없는 상태로 태어나게 한 유전자 조작 쥐는 짝짓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수컷의 생식기는 발기가 되지 않았고, 암컷은 짝짓기를 피했습니다. 이 정도면 이 부위가 얼마나 중요한 곳이었는지 연구자들도 무릎을 쳤을 것 같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성과
    논문에서 가져온 그림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캡처=네이처 논문]
     
    다만, 지난해 발표한 출판 전 논문에는 이 소체가 없는 수컷 생쥐의 움직임도 담겨 있습니다. 수컷의 경우 이 소체가 없다고 해도 짝짓기에 대한 욕망은 남아 있었습니다. 다만 짝짓기 횟수가 줄었고 시작이(?)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일이 잦았습니다.
     
    짝짓기를 위한 움직임도 짧았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감각 뉴런은 출생 전에 이미 발달한 상태로 태어나지만 크라우즈 소체는 생쥐가 성숙하기 직전인 4~6주가 될 때까지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연구진은 암컷 쥐의 발정 주기에 있는 호르몬이 소체의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추가 연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소체는 척수의 특정 감각 영역에 연결되어 있었는데, 이 부위를 자극하면 척수와 뇌의 연결이 끊어진 상황에서도 성기의 발기, 질의 수축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것도 확인합니다.

     

    네이처가 인터뷰한 여러 전문가는 이번 연구가 향후 많은 분야로 연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 분야를 연구하는 많은 과학자에게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다고 이야기합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지만 이 부위가 발기 등과 관련이 있음이 확인된 만큼 향후 발기부전과 같은 치료를 위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현재 이 소체의 다른 측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뇌의 쾌락을 유발하는 뉴런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나이가 들어도 이 민감성이 유지되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합니다.

     

    그래도, 과학자들 화이팅입니다. 이번 연구가 비아그라를 뛰어넘어 인간의 성관계를 보다 많이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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