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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는 11일(한국시간) 시즌 처음으로 달콤한 휴식을 취했고 12일엔 이동일로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빅리그 데뷔 시즌에 12경기에 출전한 이정후는 타율 0.255(47타수 12안타) 1홈런 4타점 4득점, 출루율 0.315, 장타율 0.340, OPS(출루율+장타율) 0.655를 기록하고 있다.
막대한 몸값에 비례했던 시즌 전 기대치와 극초반 페이스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다만 이정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과거 그 어떤 코리안리거들의 부진 때에 비해 매우 잠잠한 편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통계가 그 이유를 증명해주고 있다. 미국 MLB 통계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삼진률은 7.4%로 루이스 캄푸사노(샌디에이고·6.3%)에 이어 메이저리그(MLB) 전체 2위, 헛스윙 비율(Whiff)은 6.8%로 전체 선두에 랭크돼 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지난 9일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MLB 투수들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선수임에도 그의 성공 확률을 높게 치고 샌프란시스코가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수치이다.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별해낼 수 있는 뛰어난 선구안과 존에 들어오는 공에 대한 압도적인 컨택트율은 세계 최정상의 투수들이 모인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이 같은 능력을 바탕으로 이정후는 7시즌 만에 KBO리그 통산 타율 0.340으로 1위로 올라섰다.
시즌 전부터 이정후의 성공을 예상하는 시선이 많았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이정후는 현 시점 한국 최고의 타자"라며 "(이치로와 유사한) 탁월한 손과 눈의 조화를 갖췄고 많은 하드컨택트 타구를 날린다. 지난 두 시즌 동안 그의 삼진률은 6% 미만이었다"고 평가했다. 훨씬 뛰어난 투수들이 즐비한 빅리그에 진출해서도 이 수치엔 거의 차이가 없는 것이다.
저스트베이스볼은 더 구체적으로 이정후의 강점에 주목했다. 그의 스트라이크 존 타격률이 무려 97%로 빅리그에서 2년 연속 타격왕에 오른 루이스 아라에즈(마이애미 말린스·94%)를 포함한 어떤 타자보다도 높았다며 "90%대 초반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는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 10% 가량 (존 타격률이) 높다. 차별점은 호세 라미레즈나 무키 베츠가 아닌 대부분의 90% 이상 존 콘택트 선수들보다 이정후의 타고난 힘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정후의 존 헛스윙률은 3.4%, 반대로 계산하면 타격률은 KBO리그 시절과 흡사했다. 그렇다고 맞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도 아니다. 정타가 되는 강한 타구들도 생산해내고 있다.
강한 타구를 날리고 있는 이정후.
제 아무리 시속 170㎞ 하드히트를 날린다고 하더라도 야수 정면으로 간다면 안타로 이어지기 어렵다. 그럼에도 MLB가 하드히트에 주목하는 건 땅볼 타구든, 외야로 뻗는 타구든 발사속도가 빠를 경우 안타로 이어질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이정후의 타격 순위는 MLB 전체 95위로 큰 괴리감을 준다. 이정후가 이 같은 활약을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면 안타가 나올 확률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올 시즌 흐름을 봐도 밝은 전망을 해볼 수 있다. 빅리그 데뷔전에서 안타와 타점을 신고한 이정후는 2번째 경기에선 멀티히트, 3번째 경기에선 홈런을 날렸다. 빅리그 첫 6경기 연속 출루를 이어가며 기대감을 높였던 그는 이후 3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괜히 '타격천재'로 불리는 게 아니라는 걸 빅리그에서도 증명하고 있다. 이후 다시 안타를 신고한 이정후는 최근 워싱턴 내셔널스와 2경기에서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반등세를 그렸다. 0.200까지 떨어졌던 타율도 0.255로 올랐다.
게다가 팀 내에서 타격 수치가 그리 나쁜 편이 아니다. 이정후는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타율 3위, OPS 4위에 올라 있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