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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에서 처음으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현대차와 기아를 동시에 앞지르고 선두로 올라섰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 전기차의 공습이 시작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테슬라는 작년 하반기부터 주력 차종 ‘모델Y’를 미국산에서 중국산으로 바꿔 들여오면서 가격을 종전보다 1000만~2000만원 안팎 낮췄다.
모델Y는 2022년 ‘차량용 반도체 대란’ 때 최고 1억원까지 올라 국내에선 고급차란 인식이 크다. 하지만 현재 시작 가격이 현대차와 기아의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나 ‘EV6′와 비슷한 5000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크게 호응하면서 점유율이 늘어났다.
국내에서는 수천만원대 고가 제품은 중국산을 구매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했다. 경쟁 제품 대비 저렴하긴 하지만 품질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테슬라를 계기로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브랜드 파워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 제품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 속에서도 통한다는 게 입증됐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 전기차 1위 BYD(비야디)와 중국 지리차의 고급 브랜드 ‘지커’ 등이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볼보 소형 전기차 ‘EX30′과 BMW의 ‘미니(MINI) 일렉트릭’ 등도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도 새 전기차 출시로 안방 사수에 나서 앞으로 전기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5000만원대 중국산 테슬라
21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 1~6월 1만7380대를 판매해 2위 기아(1만6537대)와 3위 현대차(1만6056대)를 간발의 차로 제쳤다. 테슬라가 브랜드 기준 전기차 판매량으로 현대차와 기아를 동시에 제친 것은 2017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모델Y 후륜구동’이 핵심이다.
작년 초 한국에서 테슬라 주력은 미국산 ‘모델Y 롱레인지’였다. 사륜구동에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쓴 차로 한 번 충전해 511㎞를 달리는 제품이었다. 가격은 당시 7874만원. 그러나 테슬라는 작년 하반기 중국산 ‘모델Y 후륜구동’으로 주력 모델을 바꿨다.
성능은 좀 떨어지지만 가격이 더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쓴 차로, 현재 5299만원에 판매 중이다. 1년 만에 주력 모델 가격이 2500만원 넘게 저렴해진 것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356㎞로 줄어들었지만 소비자들은 개의치 않고 지갑을 열었다.
테슬라는 지난 4월 중형 세단 ‘모델3′도 중국에서 들여왔다. 내·외관이 부분 변경된 차로 시작 가격이 5199만원이다. 작년 2월에는 시작 가격이 5999만원이었는데, 800만원쯤 내린 것이다.
◇하반기 전기차 경쟁 더 치열
중국산 테슬라의 한국 판매 확대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도 무관하지 않다. 테슬라는 지난해 90만대 안팎을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 된다. 그러나 최근 미국·유럽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장벽 등을 높이며 규제를 강화하자, 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차 가격을 깎아서라도 아시아 등의 그 밖의 지역 수출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 모델Y는 수입차 시장에서는 올 상반기 내연차까지 포함한 전체 판매량에서 BMW의 ‘5시리즈’와 벤츠의 ‘E클래스’도 제쳤다. 10여 년 수입차 시장 최상위권을 지켜온 차들을 앞선 것이다. 브랜드 순위로도 볼보·렉서스를 제치고 BMW와 벤츠 다음 3위에 올랐다.
다만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모델Y는 첫 출시 후 4년이 넘어 신차 효과도 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기아가 다양한 새 전기차로 반격에 나선다.
하반기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과 ‘EV3′를 동시에 첫 출시하면서 다시 테슬라와의 격차를 벌리려 하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 포함 2000만~3000만원 안팎에 구매 가능하다. 연말에는 차 길이가 5m쯤 되는 아이오닉 시리즈의 대형 전기 SUV도 출시된다.
수입차는 테슬라 이상으로 고급스러우면서 고성능인 전기차를 잇따라 내세울 계획이다. BMW가 쿠페형 전기 SUV ix2를, 포르셰가 준중형 전기 SUV 마칸 일렉트릭과 전기차 전용 모델 ‘타이칸’ 부분 변경 모델을 선보인다. 지난달엔 아우디 고유의 사륜구동 기술이 적용된 전기 SUV ‘Q8 e-트론 콰트로’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