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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5.9%로 시작한 시청률이 4회 만에 13%를 기록했다.
시청률 급상승의 비결이 뭘까? 우선 김수현, 김지원, 두 배우의 코믹과 비극을 넘나드는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성형이나 시술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런 외모가 몰입을 방해하지 않아서 좋고. 또 하나, 격에 걸맞은 옷차림이 중요한데 재벌 상속녀 역할의 김지원의 차림새에 그 누가 토를 달 수 있으리.
2003년 작 MBC <옥탑방 고양이>에서 故 정다빈이 역할에 맞게 거의 단벌이다시피 배역을 소화했었다. 그 시절만 해도 배우들이 그저 예쁘게만 보이려고 기를 쓸 때여서 정다빈의 행보에 박수를 보냈었다. 앞으로 좋은 배우가 되겠네 했는데 다시 돌아봐도 안타깝고 아깝다.
지난주 JTBC 예능 <아는 형님>에 출연한 배우 송하윤.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정수민'이라는 인물을 위해 1년 전부터 준비를 했단다. 정수민의 착장이 주로 크롭티를 입는 것으로 정해졌기에 평소에도 익숙해지려고 크롭티를 자주 입었다나. 방송 중에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배우의 꿈은 연기인데 연기할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진심어린 인사를 했다. 잘 되는 사람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앞으로 어떻게 되겠거니, 예측 가능한 부분들이 있다. 우선 '윤은성'(박성훈)의 정체.
기업 M&A 전문가라고 하는데 어릴 때 개를 죽인 이력도 있고 두루 사연이 복잡한 인물이다. 의도적으로 퀸즈가에 접근한 거야 당연지사일 테고 입양을 갔다가 성공해서 돌아와 복수를 한다? 너무 빤한 설정인지라 인물 자체의 매력은 떨어진다, '모설희'(이미숙)와 의미심장하게 스쳐 지나가는 장면을 보건대 두 사람도 뭔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유추하게 된다.
홍만대(김갑수) 회장의 동거녀 모설희(이미숙). 호적에 오르고 싶지도 않고 재산도 필요 없단다. 동거녀 처지에 만족한단다. 홍만대 회장의 딸 홍범자(김정난) 말마따나 그게 더 무서운 거다. 홍 회장과 장기를 두다가 모설희가 '제가 궁을 먹었네요. 왕이 피할 곳이 없어서 어떡해.'라고 했다. 복선이 느껴지는 대사다.
그리고 천다혜(이주빈). 이 또한 냄새나는 인물이다. 남편(곽동연)과 시어머니(나영희)에게 '윤은성이 대단한 인물이다, 어떻게든 줄을 대야한다' 살살 꼬드기는 걸 보면 다 한통속이지 싶다. 그런데 재벌가가 이렇게 허술할까? 과거 이력을 감쪽같이 속이고 결혼할 수 있게? 그러나 이 드라마에는 '그레이스 고'(김주령)가 있다.
한때 한가락 했던 마담뚜라고 하니 작당모의를 했다면 가능할 수도. 그레이스 고가 자신이 마담뚜의 시작이라는 식으로 말하던데 내 기억으로 마담뚜는 1970년대 후반에 등장해서 1980년 대 초에 이미 성행을 했다. '사'자 붙은 신랑과 만나려면 열쇠 세 개는 준비해야 한다는 소리를 비롯해 결혼시장을 교란시킨 사람들이다.
그런데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장면들이 툭툭 튀어나온다. 4화에 백현우(김수현)가 자기 누나(장윤주)가 보낸 문자를 삭제하고자 해인(김지원)이의 휴대폰 비밀번호를 푸는 장면이 있었다.
자신의 생일, 결혼기념일, 이것저것 넣어 보다가 설마? 하며 '1031'을 입력하는 순간 잠금이 풀렸다. 알고 보니 '1031'은 유산된 두 사람의 아이의 출산 예정일이었던 것. 해인이가 '1031'을 비밀번호로 설정한 것도, 현우도 그 날짜를 잊지 않고 있는 것도 마음 아프지 뭔가. 아기를 위해 마련한 방 천장의 야광별, 그때와 현재를 교차 편집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다 떨어지고 외로이 남아 있는 별 하나.
4화 에필로그를 보면 두 사람은 이미 고등학교 때 만난 적이 있다. 해인이가 오빠가 죽은 뒤 유학을 가게 되고 학교를 그만두는 날 마침 전학을 온 현우와 운동장에서 마주친 것이다. 넘어져서 다친 해인이를 현우가 도와주는데 그때 떨어트린 해인이의 MP3 플레이어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현우. 해인이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는 예측이 가능한 장면과 예측불허의 반전이 적당히 잘 버무려져야 시청자가 재미를 느낀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빤한 전개라는 소리를 듣고 반전이 계속 중복되면 꼬아도 너무 꼬아 놓았다는 소리를 듣고. <눈물의 여왕>이 더도 덜도 말고 지금과 같은 균형감 있는 전개로 훈훈한 마무리가 되길 바란다. 부디 행복한 눈물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