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올해 일흔한 살인 박상옥 씨는 “요즘 세상이 이렇게 행복한지 정말 오랜만에 느낀다”며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맨발로 걸은 뒤 1995년부터 29년 앓아온 ‘전신 근육강직 인간 증후군(Stiff-Person Syndrome·SPS)’이 호전됐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걸으면서 병이 걸린 뒤 처음으로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게 됐다.
     
    29년간 전신 근육강직 인간 증후군을 앓고 있는 박상옥 씨가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혼자 서 있다. 그는 해변 맨발 걷기로 “아픈 뒤 처음 혼자서 걸었다”고 했다. 무의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SPS는 온몸의 근육이 뻣뻣해지는 신경질환으로 최근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곡을 불렀던 캐나다 가수 셀린 디옹(56)도 진단받고 고생하고 있다고 알려진 병이기도 하다. SPS는 근육이 서서히 굳어가면서 뼈를 깎는 듯한 경련을 일으키며 악화된다. 이 병은 백만 명에 한 명꼴로 걸리는데 여자가 남자보다 세 배쯤 많다. 나이를 가리지 않지만 40대가 좀 더 위험한 거로 알려졌다.
     

    “1995년 처음 증세가 나타났어요. 골반 이하부터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1998년부터는 아예 걸을 수가 없었어요. 처음엔 무슨 병인지도 몰랐어요. 병원에 갔더니 목뼈부터 척추 전체에 다 염증이 있다고 했죠. 강직성 척추염이라고. 염증은 치료해서 다 나았는데 몸이 작동이 안 되는 겁니다. 발가락이 오므라져 걸을 수가 없었고, 발을 땅에 디디면 자석에 붙은 것처럼 떨어지질 알았어요. 그때부터 전혀 걷지를 못했습니다.”

     

    박상옥 씨가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무의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다시피 하며 10여년이 흘렀고 2012년 서울대병원에 가서야 SPS라는 진단을 받았다.

     

    “서울대병원에 갔는데 의사들이 ‘거짓말하지 마라’고 하는 겁니다. 그때 젊은 의사 두 명이 저를 보도시 들어 올렸어요. 그때도 검사에서는 이렇다 할 이상이 없다고 했어요. 그런데 척수에서 항체가 발견됐다고 하면서 SPS라고 한 겁니다. 의사가 ‘공부할 때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은 알았는데 실제로 본 적은 처음이다’라고 하는 겁니다. 병원에서 근육 이완제를 처방해줬어요. 심할 땐 병원에 가서 정맥주사로 맞았고, 평상시 집에선 약으로 먹었죠. 그래도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걷다가 넘어져 다치기도 부지지수였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 하루에 세 번 응급차에 실려 병원에 가기도 했다. 움직이지 못하니 1형 당뇨에 걸려 고생하기도 했다. 박 씨는 지인들을 통해 지난해 맨발 걷기에 대해서 알게 됐다.

     

    그는 “맨발로 걷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누가 데려다 줘야 하는데 데려다줄 사람이 없었다. 딸의 도움으로 지난해부터 간간이 집 근처 산에 올랐는데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박상옥 씨(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오른쪽에서 네 번째) 등과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무의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올 3월부터 본격적으로 산에 올라서 맨발 걷기를 했어요. 기분이 좋았죠. 딸을 졸라 하나개해수욕장에 왔어요. 지난주까지 9일 정도 맨발 걷기를 했는데 사람의 도움 없이 지팡이 들고 혼자 걸을 수 있게 된 겁니다. 정말 기적이 일어났어요.”
     

    박 씨는 최근 일이 있어 하나개해수욕장을 4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집에만 있었더니 증세가 악화됐다. 오늘(5월 30일) 다시 찾았더니 바로 상태가 좋아졌다”며 웃었다.

     

    국내에 맨발 걷기 열풍을 몰고 온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72)에 따르면 맨발 걷기는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발바닥 자극은 오장육부 등 모든 신체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부터 이어졌다.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 무의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그리고 접지(Earthing)다. 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맨땅이 좋고 땅 중에서는 황톳길이 가장 좋다.
     
    우리 몸에 30~60 밀리볼트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맨발로 땅을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
     
    박 회장은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암 등 각종 질병이 활성산소의 역기능 탓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맨발 걷기를 하면 활성산소가 배출되고 면역력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맨발 걷기는 맨땅에서 해야 효과가 있고, 땅은 황톳길이 가장 좋다. 그리고 황톳길보다 더 효과가 좋은 곳이 해변 바닷물이 촉촉한 모래사장이다. 박동창 회장의 말이다.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을 찾은 사람들이 체조를 하고 있다. 무의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일반적으로 바닷가에서 하는 접지를 슈퍼 어싱(Super Earthing)이라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그 효과가 다른 곳에 걷는 것에 비해 5천 배가 더 좋다라고 하지만 다 과장된 얘기입니다. 제가 회원들하고 2022년 9월에 인천 하나개해수욕장에 와서 그 효과를 측정한 적이 있습니다. 그 결과 바닷물이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서울 대모산의 흙길보다 3.7배가 좋았습니다.”
     

    박 회장이 이 실험을 한 뒤 하나개해수욕장은 맨발 걷기의 메카로 떠올랐다. 하나개해수욕장엔 전국에서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찾고 있다. 주로 병을 이기려는 사람들이다.

     

    서울 강남 등 수도권에선 전세 버스를 타고 단체로 맨발 걷기 투어를 오기도 한다. 하나개해수욕장은 썰물 땐 갯벌이 3km까지 이어져 맨발로 걷기 좋게 변한다.

     

    박상옥 씨를 만난 5월 30일 하나개해수욕장엔 암을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5년 전에 폐암 4기로 진단받은 65세 한 남성은 “제가 암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만 50번을 받았다. 그런데 맨발 걷기를 2년 하면서 더 이상 암이 퍼지지 않았고,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서 마치 새살이 돋듯 암이 갈라졌다”고 했다. 그는 고혈압, 고지혈, 전립선, 녹내장 등 ‘종합병원’이었는데 지금은 약을 하나도 안 먹고 있다고 했다.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에서 ‘맨발 아미사 힐링하우스’ 를 운영하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남양우 강남지회장, 이재숙 퇴계원지회장, 문정희 강남지회 수석고문, 황명숙 김포지회장, 남군우 고문, 권옥임 구리지회장. 무의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3년 전에 폐암 2기 진단을 받은 윤종훈 씨(56)도 하나개해수욕장을 찾아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그는 “수술을 하지 않고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만 받았다. 2년전부터 맨발 걷기를 알고 지속적으로 실시한 뒤엔 뇌까지 퍼졌고 암이 더 퍼지지 않고 있다. 3개월에 한 번씩 검사하는데 아주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하나개해수욕장엔 ‘맨발 아미사 힐링하우스’도 생겼다. 아미사는 ‘암을 이긴 사람들’이란 뜻으로 맨발 걷기로 병을 이기러 오는 사람들의 안식처가 됐다.

     

    박상옥 씨는 “검사를 했는데 맨발 걷기를 한 뒤 제 몸에서 좋은 세포를 공격하는 세포의 수가 현저히 줄었다. 당초 7만5000이었는데 3만 정도로 줄었고, 최근엔 60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SPS의 원인에 대해 인체가 자신의 조직을 공격하는 항체를 생성하는 자가면역 반응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항체는 근육 운동을 제어하는 척수의 신경 세포를 공격한다는 것이다. SPS 환자에게는 글루탐산 탈카르복실효소라 불리는 효소를 공격하는 항체가 존재한다. 박 씨의 경우도 이 항체가 준 것으로 보인다.

     

    박 씨는 “해변 맨발 걷기 하나로 이렇게 좋아질 수 있다니, 정말 기적이다. 평생 맨발로 걸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