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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을 못 나가겠어”...변실금, 초고령사회 재앙되나?
잠깐 방귀가 나오려는 듯 하더니, 팬티에 실례를 해버렸다. 아뿔싸~. 황당함을 뛰어넘어 당혹스럽기까지 한 상황. 냄새까지 스멀스멀 퍼져나오면, 이날 바깥 일정은 그 순간부터 끝이다. 급히 공중 화장실을 찾지만, 해결이 안 된다.
항문을 조여주는 괄약근에 문제가 생긴 것. 정도가 심해지면 크게 기침을 하거나 방귀만 뀌어도 변이 삐져나온다. 설사처럼 무른 변도 있지만, 제법 형태를 갖춘 정상변일 때도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이런 당혹스러운 증상 때문에 고통 받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혹시 나만 그렇지 않을까?" 싶지만, 실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65세 이상 노령층에 많고, 남성보단 여성에게서 좀 더 많다.
관련 학계에선 65세 이상에서 이 증상을 겪는 비율이 10~15%는 될 것으로 추정한다. 무려 100만명이 넘는다는 얘기다. 그런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이는 1만5천 명(2022년)을 조금 넘었다. 전체의 1~2%밖에 안 된다. 다들 숨기기 바쁘기 때문.
65세 이상에서만 100만 명... 하지만 변실금 치료는 1~2%뿐
병원에선 이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할 때 '변실금'(便失禁, FI, Fecal incontinence), 또는 '대변실금'이라 진단한다.
자기도 모르게 소변을 실수하는 요실금(尿失禁, UI, urinary incontinence)이야 패드(기저귀)를 하고 있으면 냄새가 잘 나지 않아 그나마 다행. 하지만 변실금은 지독한 냄새가 바로 난다.
그래서 잠깐 외출하는 것조차도 두렵다. 직장을 다니는 건 더 어렵다. 차츰 친구나 지인들 만나는 것까지 꺼리면서 고립감, 절망감, 상실감, 우울감 등이 뒤따라 오기 쉽다.
가족에게도 적지 않은 고통과 부담을 준다. 노인들이 집에 못 있고,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으로 내몰리는 이유도 된다.
원인은 다양하다. 항문 괄약근이 문제인데, 이 근육이 손상되거나 퇴화했기 때문. 분만하다 괄약근이 손상됐거나 계속된 다이어트로 생긴 만성 변비나 직장탈출증 환자들이 고위험군(群)에 들어간다.
직장암 수술 후에 생기기도 한다. 약 78%에서 이런 증상이 뒤따라 온다고 알려져 있다. 부산 웰니스병원 강동완 병원장(대장항문전문의)은 "치질 수술 후에도 제법 생긴다"라면서 "치핵 수술보단 치루수술(27%)이나 치열수술(12%) 후에 발생할 위험이 더 높다"고 했다.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만 괄약근이 손상된 경우도 있다. 의료계에선 항문 성교나 항문에 이물을 삽입하는 행위도 그런 원인의 하나로 본다.
괄약근을 담당하는 신경 손상 때문에 오기도 하다. 뇌신경 또는 척수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 고령 때문에 온 치매, 정신과 질환과도 연관이 있다는 것은 그 때문. 심지어 당뇨 때문에 오기도 한다.
원인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병원에서 진단을 내릴 때도 검사가 많다. 항문에 손을 넣어보는 항문수지검사부터 내시경검사, 초음파검사는 물론 배변조영술, 항문압력검사, 음부신경전도검사, 괄약근 근전도검사까지 해본다.
병원은 이런 검사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그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약이나 치료를 해야 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변실금 생기는 원인 다양... 병원 진단 내릴 때 검사도 갖가지
증상 정도에 따라 치료법도 달라진다. 약물이나, 식이요법, 회피요법 등 비(非)수술적 치료도 있지만, 그걸로는 안 된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은 괄약근 기능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대표적인 게 괄약근성형술(sphincteroplasty). 끊어지거나 늘어난 괄약근 부위를 꿰매 조여주는 것.
경우에 따라선 다리 근육으로 괄약근을 만들어주는 항문괄약근재건수술을 하거나, 인공항문괄약근을 이식하기도 한다.
분만과 노화 때문이라면 항문괄약근 주위를 감싸주는 티어쉬(Thiersch), 항문괄약근을 조여 주는 괄약근중첩술(sphincter plication), 직장탈출증 때문이라면 복강경직장고정술(laparoscopic ventral mesh rectopexy)도 있다.
또 '자가지방이식술'은 허벅지 또는 복부에서 채취한 지방을 항문관 및 항문 주변에 주입하여 보강하는 치료법.
이와 함께 실리콘 밴드를 항문괄약근 부위에 삽입하는 '실리콘밴드삽입술'도 주목받고 있다. 탄력도 높은 85mm 실리콘 밴드가 평상시엔 항문을 단단하게 조여주지만, 대변을 볼 땐 신축적으로 늘어나는 것. 항문 크기와 조임 정도를 살펴 탄력적으로 크기와 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그 어느 것으로 100% 완치는 어렵다는 것. 강동완 병원장은 "변실금은 사실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난치질환 중의 하나"라 했다.
"원인이 복합적이기 때문에 어느 하나의 치료로 완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여러 치료법이 나와 있으나 어떤 치료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아직 없는 것은 그 때문.
"100% 완치 어려운 난치병의 하나"...변실금 생기기 않게 하려면?
그래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만성 변비가 있는 경우가 그렇다.
웰니스병원 강경숙 원장(가정의학과)은 "흔히 만성 변비를 가볍게 생각하지만, 이 환자들은 화장실에서 오랜 시간 힘을 주어야 하기에 직장과 회음부가 아래로 처지면서 직장탈출증, 직장류가 발생하고 이는 변실금으로 이어지기 쉽다"라면서 "이들은 반드시 수분과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고, 케겔 운동을 비롯해 장(腸)과 복부 운동을 꾸준히 또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권했다.
케겔 운동과 함께 엉덩이와 허벅지, 허리 근육까지 강화하는 발뒤꿈치 들기도 크게 도움이 된다.
또 다이어트를 한다며 습관적으로 관장약을 복용하는 것은 절대 금물. 관장약은 직장을 인위적으로 자극하는 것으로, 습관적으로 관장을 하다 보면 직장 스스로 변을 배출하는 능력을 떨어뜨려 변실금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어서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